멧돼지 사냥에 경험이 있는 늙은 포수는 그렇게 사냥꾼들과 멧돼지들이 난쟁을 벌이면 멧돼지들이 물러갈 줄로 알았다. 초식동물인 멧돼지가 사냥꾼들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총소리들이 울려 퍼지고 있는 그 산에서 멧돼지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 산은 15년쯤 전에 산불이 일어나 나무들이 모두 타버린 다음 소나무가 위주로 된 잡목림으로 재생된 2차림이었다.

그 산에는 5m쯤 되는 나무들이 산기슭과 중복에 들어서 있었으며 사람 허리만큼이나 자란 잡초들이 무성했고 거기에는 물도 흐르고 있었다.

부드러운 나뭇잎들과 그 과일들을 먹을 수 있었고 풀들이 풍부했기 때문에 멧돼지들의 마을에 든 것 같았다. 그래서 멧돼지들은 그 산을 자기들의 생활 터전으로 삼고 그 터전을 침범하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려는 것 같았다.

그곳 사냥꾼들을 지휘하게 된 늙은 포수는 우선 멧돼지 사냥을 중단시켰다. 곧 어두워질 것이므로 어둠 속에서 멧돼지들과 난쟁을 벌일 수 없었다.

그래서 사냥꾼들은 산 중복에 불을 피웠다. 불을 피워 모두 야영을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다시 멧돼지 사냥을 할 작전이었다. 그 산기슭에 있는 농가에는 멧돼지 피를 마시고 고기를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을 위해서도 멧돼지 한 두 마리는 꼭 잡아야 할 상황이었다.

포수들과 몰이꾼들이 산 중복에서 불을 피워 놓고 야영을 하고 있는데도 멧돼지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어깨에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멧돼지도 물러나지 않았다. 놈은 계곡으로 내려가 차가운 물에 상처를 씻고 다시 소나무숲으로 올라와 소나무에 몸을 부벼 상처에 송진을 두껍게 발랐다. 그게 출혈을 막고 세균의 침입을 막으려는 멧돼지 자가 치료법이었다.

스스로 상처의 치료를 한 그 늙은 멧돼지는 불을 피워 놓고 야영을 하고 있는 포수들에게 덤벼들었다. 놈은 눈에 불을 켜고 털을 곤두세워 활활 타고 있는 불을 뛰어넘으려고 했다.

멧돼지의 복수심이었다.

물론 포수들이 그런 멧돼지를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 많은 총구에서 총탄이 발사되었다.

그러나 멧돼지는 서너 발의 총탄을 맞고도 계속 물러나지 않고 덤벼들려고 했다. 하지만 놈은 결국 전신에 벌집처럼 총탄을 맞고 활활 타는 불 속에 쓰러져 죽었다.

두목으로 보였던 그 늙은 멧돼지는 그렇게 죽었으나 다른 멧돼지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멧돼지들은 밤새 야영장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