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에서 그린 화(畵) 展

아이들이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아이들이, 본성을 잃고 어른들의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들이 읽고 어떤 길을 걸어야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전시가 대전에서 열린다.

아이들을 동화 속 세계로 초대하는 그림책 작가인 김환영(58) 화백이 대전에서 첫 전시회를 연다.

김 화백은 다음 달 2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대전 중구 대흥동 미룸갤러리에서 `동심(童心)에 그린 화(畵)` 전시회에서 목판화 작품 74점을 선보인다. 동화 속에 있는 그림을 원화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이다.

2011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유명해 진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작), 권정생 선생의 `강냉이` 등으로 유명한 김 화백은 아이들 마음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독보적인 그림책 작가다.

김 화백의 이번 전시는 16일까지 보름동안은 작품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42점, 17일부터 31일까지는 작품 `해를 삼킨 아이들` 32점을 전시한다.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작품은 태백 탄광촌 아이들이 1980년대 아버지 어머니를 보고 쓴 동시다. 아이들이 쓴 동시를 고스란히 판화로 옮겨놓아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고 바라보는데 한결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해를 삼킨 아이들`은 한국 근현대사 백 년을 살아온 다양한 아이들 10명이 등장해 역사적 사건 열 가지를 풀어낸 이야기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판화작품은 그 이야기를 뒷받침 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판화 크기가 1호부터 5호를 넘지 않는 작품들이지만 아이들 마음을 충분히 담고도 남음이 있다. 그만큼 작가가 작품을 통해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려고 마음 쓴 부분이 군데군데에서 만날 수 있다.

화가이자 동시인인 김 화백은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졸업 후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41세에 서울을 떠나 경기도 가평에서 살다가, 현재는 충남 보령에서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희정 미룸갤러리 관장은 "아이들이 있어 가정의 뿌리가 되고 아이들이 있어 부모님의 노동이 빛을 낼 수 있고 아이들이 있어 스승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아이들은 1년 열두 달, 주인공"이라며 "늘 중심은 아이들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본인이 주인공이고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세대라는 것을 모르고 산다. 일상 내내 책가방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다 보면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 손을 잡고 전시를 보면서 아이들이 아이들로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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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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