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업 중에는 공장이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이들은 부품, 완제품 조립을 아웃소싱으로 조달하고 제품의 기획·설계 등 소프트파워 역량에 집중하는 기업인 게 특징이다. 생산라인, 즉 공장이 없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팹리스란 현재 반도체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외부 생산업체에 위탁하는 반도체회사를 지칭한다.

삼성을 비롯해 인텔, IBM 등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팹(Fab)`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소유하고 있다. 반면 CDMA 반도체 칩으로 유명한 퀄컴(Qualcomm)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공장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팹리스 기업이다. 퀄컴은 CDMA 칩을 전세계 기업들에 제공해 왔지만 외부 생산라인에 위탁생산을 해왔기 때문에 자체 생산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2009년에 창업된 우버(Uber)는 차량 소유자와 이동이 필요한 수요자를 모바일 앱으로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기반 교통서비스 기업이다. 2008년 창업된 에어비앤비(AirBnB)는 집주인과 여행자를 연결해주는 숙박 기업이다. 비록 영역은 다르지만 퀄컴,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떠오르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공통점은 플랫폼형 기업이라는 것이다.

기차역의 플랫폼(platform)이 승객과 기차를 연결해 주듯이, 플랫폼형 기업들은 사람들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연결하는 매개체 노릇을 한다. 즉 플랫폼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통로를 의미한다. 생산자와 수용자 양쪽을 하나의 장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러한 플랫폼 전략은 문화예술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그동안 문화재단 등 문화 공공기관은 문화생태계 구축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이를 위해 예술단체에 대한 직접지원이 주를 이루어왔다. 그러나 직접지원은 자생력 확보가 목표인 문화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한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고, 문화시장을 형성하지도 못했다.

이제 문화예술지원정책이 지원중심에서 탈피하여 문화플랫폼 구축으로 전략을 확대하여야 한다. 예술단체의 직접지원 외에 그들의 문화플랫폼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문화플랫폼을 통하여 예술단체 간의 협업과 공유, 시민과의 만남 등을 통해 문화생태계가 구축되고, 문화시장이 형성될 수 있게 조성해 주어야 한다.

우버가 교통플랫폼을 구축하고 에어비앤비가 숙박플랫폼을 구축하듯이, 문화재단·공공공연장 등은 문화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플랫폼은 생태학적으로 접근하고, 참여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생태계는 개방적이고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플랫폼의 핵심은 개방, 공유, 협업 같은 정신이다. 문옥배 음악평론가/당진문예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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