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의 희망은 투수 박찬호였다. 그가 메이저리그 에이스가 될 때까지 수많은 시련이 있었는데, 매체에서 밝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인종차별, 그 인종차별의 원인 중 지금까지 많이 회자되는 것은 바로 `마늘`냄새다. 마늘냄새로 인한 차별은 박찬호만 겪은 일은 아니다. 이탈리아 축구리그 세리에A에 진출했던 안정환도 마늘 때문에 동료들과 불화가 생겨났고, 외국에 나간 유학생, 여행객들도 마늘냄새로 인한 문제를 심심찮게 마주치곤 한다.

우리 국민이 마늘을 많이 먹는 것은 유명하다. 백인은 치즈, 일본인은 간장으로 비유된다면 우리는 마늘로 빗대어진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에 마늘이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늘은 우리의 일상이다. 세계 일인당 연평균 마늘 소비량이 0.8㎏인데 우리의 연평균 소비량은 8㎏에 달한다. 우리나라 탄생이야기인 단군신화에도 마늘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우리는 정말로 마늘과 가까운 민족이었나 보다. 마늘의 어원은 몽골어 `만끼르(manggir)`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설, 그리고 `맛이 매우 날하다`는 뜻의 `맹랑`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마늘의 원산지는 우리나라가 아닌 바로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에서 발견된 마늘과 마늘모형이 이집트가 마늘의 원조임을 증명해준다. 피라미드 건축으로 인해 지친 노예들에게 체력보충용으로 마늘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후 중국, 인도, 우리나라에 전해졌는데, 현재 마늘 총 생산량 1위부터 3위가 바로 이 중국, 인도, 대한민국이다.

아시아권을 제외하고 마늘을 많이 소비하는 곳은 꼽자면 바로 이탈리아다. 다만 우리처럼 마늘을 그대로 넣어 사용하기 보다는 마늘 향을 내는 것에 집중한다. 조리 중에 마늘로 향을 충분히 낸 후에 마늘을 빼어버린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때문에 정통 이탈리아음식에 마늘이 입자 채로 보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탈리아 음식 중 마늘요리로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알리오 올리오(aglio e olio)`,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고생하던 이태리인 들에게 힘이 돼 준 요리다. 마늘, 스파게티면, 올리브 오일 만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식 재료가 부족하던 당시 상황에 부합했던 음식이다. 단순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인해 `남자들의 요리`란 별명이 붙기도 하지만, 사실 그 단순한 재료들만을 가지고 충분한 마늘 향과 맛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알리오 올리오`의 `알리오`는 이탈리아어로 마늘, `올리오`는 오일을 뜻한다.

마늘의 강렬하고 알싸한 향의 원인은 `알리신`에 있다. `알리신`은 살균, 항균성 물질이기 때문에 감기, 심혈관계 질환에 좋고 항암작용도 한다. 기관지 염증에 효과적이라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많을 때 먹으면 좋다. 마늘을 구울 경우엔 이 알리신이 줄어들지만 항상화 물질의 활성도가 증가해 노화방지에 탁월하다. 그리고 마늘은 고기 잡내를 없애주고, 한식의 향을 내며 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어릴 적부터 먹어온 익숙한 맛, 더불어 몸에도 좋은 슈퍼푸드 `마늘`. 외국의 그 누가 뭐라 해도 마늘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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