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닥친 대통령선거를 맞이해 바야흐로 여론조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측은 대세를 잡았다고 여론조사를 숭배하고 선거운동의 좋은 수단으로 활용하고 열세인 측은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극도로 불신한다. 왜 이렇게 여론조사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것일까. 제20대 총선과 2016년 미국 대선, 2016년 영국 브렉시트 역시 여론조사는 틀렸다. 그 중에서도 작년 미국 대선의 경우 90%가 넘는 압도적 다수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하게도 정반대였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 여론조사는 10%도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과연 여론조사 무용론이 새삼스럽지 않다. 나아가 여론조사를 과신한 나머지 실제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오히려 조장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는 인간의 `기대`와 `질투`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의 총체적 표현이다. 선거는 속성상 여론조사라는 샘플로 판단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분야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선거가 인간의 합리성과 객관성에 기초한다면 여론조사가 대체적으로 맞을 것이다. 합리적이라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 또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개선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와 자신보다 우월한 것에 대한 질투가 총체적으로 반영되어 상대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파는 것보다 상대방의 `위선`과 거짓말을 부각해 질투를 파는 것이 득표에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공약이 비슷해져 장점 부각이 어려워진다. 오래 준비한 후보나 어제 뛰어든 후보나 공약에 차이가 별로 없고 당선 이후 지키지 않는 것을 냉소적 경험으로 체득한 유권자는 공약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방의 위선과 거짓말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판단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자신의 상태를 개선시켜 줄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A가 싫어 B를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선거는 또한 유권자의 `자존심` 내지 `자존감`을 비밀스럽게 표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존심 내지 자존감과 비밀스러움은 여론조사로 예측하기 어렵다. 누군가 지켜볼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는 경우 응답하지 않을 수도 있고 본심과 다른 대답을 하는 경향도 있다. 또한 자존심 내지 자존감 때문에 자신의 선택 가치를 솔직하게 표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른바 `샤이` 성향의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이러한 기대, 질투, 자존감의 고차방정식에 의한 심리는 여론조사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 즉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은 지지표가 있다는 게 여론조사가 잘 틀리는 대표적 이유다. 따라서 능력이 있고 열정적인 지지가 있다 해도 그의 삶이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삶을 살았다면 선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인정하고 여론조사를 단지 현재 상태의 참고자료로 판단한다고 할지라도 `대표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마국의 경우 샘플 자체를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다. 성별, 연령, 지역 같은 요소뿐 아니라 소득, 학력, 정치 성향까지 다 고려해 샘플을 만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정교한 샘플을 만들 수 있는 정보 인프라가 부족하다. 둘째, 시급성이 요구되는 여론조사를 하면 여론조사 기관들이 시간에 쫓긴다. 따라서 `응답률`이 현저하게 낮다. 예컨대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1000명에게 전화를 걸면 많아야 100개 정도 답을 얻는다. 만약 샘플 수가 1000개라면 나머지 900개의 답을 얻기 위해 다시 9000명에게 전화를 건다. 이렇게 하면 응답한 1000명과 응답하지 않은 9000명의 차이를 알 수가 없다. 나머지 9000명의 생각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선거는 인간의 기대, 질투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의 총체적 표현이다. 선거는 또한 유권자의 자존심 내지 자존감을 비밀스럽게 표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인정하고 여론조사를 단지 현재 상태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냉철한 지혜가 필요하다. 성선제 고려대 초빙교수·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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