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주요 독자인 동화는 어른문학과 다른 점이 있다. 동화는 인간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를 등장인물로 삼을 수 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 민들레나 벚꽃 같은 식물, 바위 같은 무생물이 생각을 할 수도, 말을 할 수도 있다. 하늘과 땅, 바다에 있는 만물의 입을 빌려 작가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 나아가 동화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나 인물마저 창조해낸다. 판타지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도깨비나 외계인이 나오는 이야기도 가능하다.

말하지 못하는 존재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겠다는 약속이다. 만약 여러분과 같은 마을에 사는 멧비둘기나 까치가 여러분에게 말을 건다면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 일주일 내내 어떻게 하늘 한번 쳐다보지 않고 사냐고 물을지 모른다. 매일 신는 신발이나 들고 다니는 가방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항상 같은 길만 왕복하며 출퇴근하는 주인에게 새 길로 떠나보자고 조를지도 모른다. 동화는 말 못하는 존재의 눈을 통해 인간이 당연시 여기던 풍경을 새롭게 보게 해준다.

사회에서도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소리쳐도 사람들의 귀에 닿지 못하는, 언로가 막힌 사람도 있다. 텔레비전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 있고, 거의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그들이 부재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희박한 존재감을 가진 이가 의외로 많고 그들 모두 소중하다. 존재감이 희박한 이들에게 발언권을 줄 때 우리의 세계는 더욱 깊고 넓어진다.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인간은 비로소 역지사지를 할 수 있으며 겸손함을 배울 수 있다. 사람들 중에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을 거의 듣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성숙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숙함은 말하기가 아니라 경청하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때로는 흘러가는 강물이나 우리를 내려다보는 별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우리는 조용히 들을 기회를 얻어야 한다.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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