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통령 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들었다. 거리에는 선거벽보가 붙었고, 각 가정에는 선거공보도 배부되었다. 그리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TV토론도 하고 전국 각지를 찾아 다니면서 유권자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마음을 표로 얻어야 당선되다 보니, 후보자는 유권자 마음을 사려고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소통을 하고 설득도 하고 있다. 그런 소통과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 공약이다. 그러다보니 선거 공약은 후보자 입장에서는 견적서가 되고, 유권자 입장에서는 계약서가 되다 보니 선거공약은 아주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다 보니 선거 때만 되면 안보가 큰 이슈가 되었으며, 심지어 안보에 대한 생각으로 내편, 네편이 갈라지고 세상을 보는 잣대도 되었다.

그러나 2017 우리나라 정부예산을 보면 복지와 관련된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130조 원으로, 40조 원인 국방예산의 3배가 넘는다. 예산으로만 보면 복지 분야가 안보보다 더 중요한 국가 정책이 된 지 오래되었다.

인간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하거나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이런 인간에게 출산은 가장 기쁜 축복의 하나이고, 자살은 가장 불행한 사건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복지에서 출산율과 자살률은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된다.

2016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OECD 35개국 중 꼴찌이고, 전 세계 224개국 중에는 220위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8년 후에는 군 병력도 모자라고, 인구도 2030년에는 5216만 명을 정점으로 2091년에는 3000만 명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8명으로, OECD평균 12명의 2배가 넘고, 그중 노인자살률은 54.8명으로, OECD평균 18.4명의 3배에 이른다. 자살은 자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간과하더라도 자살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크게 파괴되는 것이다.

나라를 지킬 군 병력을 유지하고, 나라를 제대로 보존하려면 출산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려면 자살률도 최소한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때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적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난폭한 운전 습관을 지적한 적도 있었으나, 예산을 투자해서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도로 선형을 바로 잡고 하니까 교통사고 사망률이 현저히 줄어서 이제는 교통사고 사망률이 크게 사회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출산율을 높이려면 무상급식과 같은 여성·아동과 관련한 각종 예산을 늘려 선진국 수준으로 투자를 해야 출산율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지, 출산율을 여성의 문제로 보거나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자살률도 마찬가지로 저 소득 노인에게 지급되는 노인수당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자살률도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지지, 자살을 개인의 가정사나 노인의 고독사로 돌려서는 해결이 안 된다.

안보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보루라면, 복지는 우리 인간을 이어주고 존엄성을 지켜주는 보루이다. 태어나지도 않으면 누가 나라를 지킬 것이며, 존엄성이 없어 자살한다면 안보는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제는 복지가 안보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 10년간 출산정책에 80조 원을 투자한 것은 많이 투자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은 OECD 주요국 GDP 대비 평균 반도 안 되는 우리나라 복지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출산율은 향상되고 자살률은 저하되어, 사람은 행복하고 복지는 안보가 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강병국 전 아산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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