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진(東晉)의 9대 왕 사마요(362-396)는 주색잡기에 빠져 살던 군주였다. 술에 취한 날이면 말을 더 함부로 했다.

사단이 난 그날도 그는 애첩 장귀인(張貴人)에게 "당신도 이제 서른이 되었구려. 진작 내칠걸. 나는 젊고 예쁜 여자들이 좋소"라며 농담을 던졌다.

배신감에 복수를 기획한 장귀인은 만취한 사마요 몸 위에 이불을 덮고 4면 귀퉁이를 침대에 묶었다. 그리고는 사마요의 머리를 깔고 앉아 질식을 시켰다.

일국의 제왕이 농담 한마디 때문에 중국 역대 왕 중 가장 황당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잘못된 농담은 국가의 운명과 역사의 흐름을 돌려놓기도 한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 서울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석했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였던 팀 헌트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명예교수는 여성 과학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농담 비슷한 말을 던졌다가 낭패를 봤다.

팀 전 교수가 "여성과학자들은 실험실에 있으면서 사랑에 빠지고, 내가 그들을 비판하면 울기만 한다"고 던진 말이 모든 직위에서 사퇴하는 비수가 돼 돌아온 것.

말은 이렇게 무섭다. 나도 모르게 했든, 작정하고 했든 그 말이 가진 파급력은 엄청나다.

특히 대선을 앞둔 국면에서 잘못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더욱 치명적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웃자고 한 얘기`라고 해명한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주는 여자의 일"이라는 발언이나, "이화여대 계집애들을 싫어한다"는 발언 등은 단순한 농담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최근 60대 승객이 "청주국제공항에 왜 고성능폭약(TNT)이 있냐"는 말로 발칵 뒤집어 놓고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고 한 해명 역시 단순히 웃고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아물지만, 말로 인한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 수도 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순간에 화살이 돼 지지와 인기를 잃고 추락할 수도 있다.

`논어`에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말이 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고 해도 혀끝에서 나오는 말만큼 빠르지 못하니 말을 신중히 하라는 뜻이다.

요즘은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 말의 대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겠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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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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