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보호무역으로 전환할 모양이다. 지난 주 우리나라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미 FTA 개정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금년 1월에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탈퇴 선언을 했다. TPP는 미국의 주도 하에 2015년 10월 5일에 타결된 메가 FTA이다. 일본, 베트남,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페루,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가입해 있다. TPP는 세계경제의 40%를 차지하며 자유화율이 95% 이상인데, 특히 제조업은 거의 100% 자유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런 TPP에 맞서 중국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가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6개국이 참여하여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와 FTA가 발효된 나라는 54개국이고 인구수로는 60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85%를 포함하고 있다. 완전개방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우병 쇠고기로 전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는 한·미 FTA는 2012년에 발효되어 5년이 흘렀다. 2016년 대미 무역수지는 277억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미국에 대한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 통신장비, 자동차부품 등이고 주요 수입 품목은 직접회로, 현상소 장비, 곡물 등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국가와 자유무역을 재검토하여 보호무역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유무역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미국 등 강대국의 주도로 7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방수준을 높여왔다. 일찍이 산업혁명을 완수한 나라들은 대량 생산된 공산품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식민지 확보에 나섰다. 경제사적으로,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은 산업 강대국들의 식민지 확보 경쟁의 산물이다. 식민지를 중심으로 블록경제를 형성하고 블록경제구역 내에서 무관세로 자국의 공산품을 판매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생산력이 향상됨에 따라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여 손쉽게 이윤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식민지가 필요해진 것이다. 식민지 확대 과정에서 다른 국가와 마찰이 일어나고, 국가들 간의 합종연횡을 통해 세계대전으로 확전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은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반성하면서 전쟁의 원인이 보호무역에 있음을 선언하고 자유무역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강대국의 경제상황과 무역수지, 고용실태 등에 따라 자유무역이냐, 보호무역이냐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작년에 영국은 EU 탈퇴(브랙시트)를 선언했다. 2016년 6월에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EU 가입 43년 만에 탈퇴를 확정했다. 영국에는 국민의 10%가 넘는 이주민이 유입해 있고, 이들을 포함한 복지지출의 증가와 재정부담, 노동시장에서 고용 경쟁의 심화 등이 브랙시트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미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찬반 논쟁이 있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교역 상대국 중 교역규모가 가장 큰 나라이다. 미국과 자유무역을 통해 상대적으로 손해가 큰 산업의 경우 이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농축산물의 수입액 중 미국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한·미 FTA 발효 5년. 미국은 보호무역의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자유무역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한·미 FTA 발효 전과 후의 농축산물의 교역실태를 비교해보자. 한·미 FTA가 발효되기 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평균 수입액은 62.9억 달러였고 수출액은 4억 달러로서 농축산물 대미 무역적자는 58.9억 달러였다. 한·미 FTA 5년이 지난 2016년에 대미 수입액은 약 71.8억 달러, 수출액은 7.2억 달러로 무역적자는 64.6억 달러였다. 농축산물 대미 무역적자가 5.7억 달러 늘어나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농축산물은 쇠고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돼지고기와 밀, 오렌지 등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전년에 비해 금액으로 29%나 증가했다. 수출은 연초류, 과자류, 음료, 면류 등 가공식품 위주이다.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 이때에 우리도 대미무역 적자품목과 흑자품목을 살펴서 국익을 위해 철저한 협상준비를 해야 한다.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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