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중구청장 명함사진.
박용갑 중구청장 명함사진.
3일간의 뜨거웠던 축제는 이제 막을 내렸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관객들과 호흡하며 열정으로 가득 찼던 무대에는 쓸쓸한 적막감이 가득차 있지만 칼국수 축제가 펼쳐졌던 서대전시민공원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여기저기 가득 피어나는 봄꽃들과 공원을 찾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추위 속에서 최소한의 수분으로 겨울을 나기 위해 텅 비어있던 나뭇가지는 마치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봄을 맞아 새순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내듯 중구청과 중구문화원은 봄을 맞아 개최하는 칼국수축제를 치르기 위해 지난 겨울 내내 서로 뜻을 모아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축제를 치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문헌에 따르면 축제는 원래 개인 또는 집단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 혹은 시간을 기념하는 일종의 의식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축제가 지역 기반 문화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놀이 문화의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축제는 점점 대중적이고 효율적인 기획과 제작 방식을 활용하며, 참여자들의 원활한 소통 과정을 유도하는 이벤트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축제는 관람객들의 경험 방식에 따라 관람형 축제와 체험형 축제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개최된 칼국수 축제는 체험형 축제로 분류할 수 있는데 다름 아닌 맛의 체험인 것이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칼국수축제는 겉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이지만 매년 축제를 개최한 후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축제에 직접 찾아온 일반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개선점을 찾아 보완하고 있다. 매년 방문객들이 편하게 즐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축제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예산을 투입하며 축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축제는 역사적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공동체의 삶 속에서 정체성의 문제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밀가루가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며 칼국수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새로운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호남선과 경부선 철도가 만나는 철도운송의 중요 거점이 된 대전역이 구호물자의 집산지 역할을 하게 되면서 60 ~ 70년대 대규모 간척사업 등 굵직한 국가사업에 동원된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돈 대신 밀가루를 지급하게 되고, `분식장려운동` 등과 맞물려 밀가루 유통의 거점이 되었다. 특히 6·25전쟁 때 대전으로 피난 왔던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각자 고향에서 만들어 먹던 고유의 밀가루 음식들이 발전하여 대전역과 중앙시장을 비롯한 주변 상권에 칼국수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대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중구 원도심에는 맛과 전통을 자랑하는 칼국수 전문점들이 많이 있는데 비슷한 방식의 칼국수가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든 여러 종류의 칼국수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전에서 칼국수의 의미는 단순한 음식에 머무르지 않고 대전의 역사와 전통을 떠오르게 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따라서 칼국수라는 음식을 주제로 여는 칼국수축제는 우리 중구와 대전지역의 특수성을 널리 알리는 활동이자 소통 행위이며, 그에 따른 중구지역 주민들의 주인 의식과 자부심이 반영된 콘텐츠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공적으로 축제를 치르더라도 축제에 대한 불만의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세 번의 칼국수축제를 치르며 춘천하면 막국수, 전주하면 비빔밥이 떠오르듯 대전하면 칼국수가 대표음식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대전하면 칼국수가 떠오르도록 만드는 시기가 온 것이다. 아울러 효문화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중구는 이번 축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3대가 함께 또는 가족이나 연인들이 먹고 즐길 수 있는 음식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허기를 채워주던 칼국수는 이제는 우리의 추억과 정이 담긴 음식문화로 나아가 중구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소통의 도구로 승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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