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실증 종합시험시설인 STELLA-1.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소듐냉각고속로 실증 종합시험시설인 STELLA-1.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을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얻는 국가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언제나 고민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동중인 25기의 원자로에서 매년 약 8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원자력발전에 옳고 그름을 떠나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땅 속 깊이 묻어버리는 `직접처분` 방식과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해 에너지를 얻고 방사성 독성과 부피를 줄이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이 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주요 원자력 국가들이 개발중이며 인도와 러시아는 준상용화 단계에 도달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일본 등은 설계·개발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50년 초반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처분을 시작할 계획이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SFR사업단장은 그 이전까지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을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박 단장은 "시민들의 걱정이 많은 것은 안다. 하지만 저도 원자력연구원 인근 대전 유성구 관평동에서 자식을 키우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위험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라며 "언젠가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야 하는데, 그때 가서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국민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받아볼 수 없는 것은 문제다. 직접처리 방식은 영원히 그 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큰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단장과의 일문일답.

- 미래형 원자로로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액체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고, 경수로에 비해 높은 에너지의 중성자(고속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발생시켜, 이때 발생하는 열로 증기를 공급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로이다. 소듐은 열전달 특성이 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SFR은 대기압과 고온 상태에서 운전해 열효율이 높아(약 40%) 고성능 발전소 설계가 가능하다. 원자로 내 풍부한 고속중성자를 이용해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 장반감기 핵종을 핵분열시켜 단반감기 또는 안정된 핵종으로 변환하는데 용이하다. 기존 경수로에서는 열중성자를 주로 이용하므로, 고독성 장반감기 핵종의 핵분열이 어려워 핵변환 측면에서 고속로에 비하여 불리하다."

- 소듐냉각고속로의 필요성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순환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관리기간과 처분 면적, 처분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지난 1월을 기준으로 국내 가동중인 25기의 원자로에서 매년 약 8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고, 지난 6월 기준 1만 4809t의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부지 안에 보관중이다.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24년부터 원전 내 저장시설의 포화로 일부 원전의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고속중성자를 이용해 반감기가 긴 핵종은 짧은 핵종으로, 방사성 독성이 큰 핵종은 독성이 적은 안정적인 핵종으로 바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현재 어느 정도 개발됐나.

"우리나라의 SFR 연구는 선진국보다 늦은 1980년대에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소규모 기초기술 연구로 시작했고, 1997년부터 국가 원자력연구개발 중장기계획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미국 GE사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2001년에 국내 최초로 소형 소듐냉각고속로인 KALIMER-150(150MWe) 설계개념을 완성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중형 소듐냉각고속로인 KALIMER-600 개념설계를 완성했는데, 이는 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 개념의 원자로다. 비록 선진국보다 뒤늦게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이 시작됐고, 선진국과는 달리 소듐냉각고속로 건설경험은 없지만 국내 고속로 설계능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KALIMER-600은 2002년에 미국과 일본의 소듐냉각고속로 개념과 함께 제4세대 소듐냉각고속로 국제공동연구의 참조개념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2011년 1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2020년까지 원형로 특정설계승인 획득, 2028년까지 원형로 건설을 완료하는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을 위한 장기계획을 수정·의결했다. 현재 고속로는 20-30% 개발 수준이고 정부계획대로 진행될 것 같다."

- 해외 국가들과 협업해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우선 우리나라는 SFR 원형로 인·허가를 위해 필수적인 금속연료 장전 소듐냉각고속로의 원자로 내 검증자료가 부족하다. 그래서 해외 국가들과 협업을 한다. 그 중에서도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속연료를 장전한 SFR에 대한 운전 및 설계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심 기술과 관련한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협업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실험자료 및 전산코드(핵연료·원자로물리·안전해석)의 실시권을 확보하고 SFR 설계, 검증을 위한 과거 설계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서 진행된다.

또 러시아와도 협업을 진행중인데 국내에는 가동 중인 원자로물리 실험시설 또는 고속중성자 실험로가 없어, SFR 원형로 인·허가를 위해 필수적인 원자로물리실험 자료 및 금속연료봉의 노내 중성자조사시험 자료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러시아는 IPPE연구소에 원자로물리실험 시설(BFS)을, RIAR연구소에 고속중성자 조사를 위한 SFR 실험로 BOR-60를 운영 중에 있어 국내에서 개발 중인 SFR 원형로의 핵설계 전산코드와 핵연료봉 설계 전산코드를 러시아 시설을 이용해 검증하고 있다."

- 기술이 완료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나.

"우성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간을 1000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초우라늄 원소는 방사성 독성이 높고 반감기가 길어 자연상태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약 30만 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들을 SFR에서 연소시키면 약 300년 후에는 방사성 독성이 자연상태 수준으로 감소한다. 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면적을 100분의 1로 축소할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면적은 사용후핵연료의 남아 있는 방사성붕괴열이 지배적인 영향을 준다. 즉 반감기가 짧은 세슘과 스트론튬을 따로 분리·회수해 냉각시키고 악티나이드는 SFR에서 재활용하면 폐기물의 처분면적이 줄어든다. 이와 함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량이 20분의 1로 감축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약 95%는 재활용이 가능한 악티나이드 원소(우라늄·플루토늄 등)로 이를 모두 SFR에서 연소할 경우 처분해야 할 고준위폐기물 양이 약 5% 수준으로 감소한다."

- 많은 시민들이 안전을 걱정한다. 파이로프로세싱과 마찬가지로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안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지.

"SFR은 대기압에서 운전되며, 모든 일차계통의 기기가 원자로 풀에 설치되어 있어 경수로 냉각재상실사고(LOCA)와 같이 배관파단에 의한 압력방출사고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 소듐냉각재는 약 98도 이상(대기압조건)에서 액체상태로 존재하고, 약 883도에서 끓어오른다. SFR의 운전온도는 최대 550도 수준으로 냉각재 비등까지 300도 이상의 큰 열적 여유도가 있다.

대기압에서 운전되는 풀형 SFR은 원자로 용기 내 열전달 성능이 우수한 다량의 소듐냉각재가 있기 때문에 원자로의 출력이 상승해도 일차 소듐냉각재가 이를 모두 흡수한다. 따라서 출력 상승 대비 온도 상승이 완만하다. 소듐냉각재는 열전달 성능이 우수해 소듐과 대기의 자연대류순환만으로 붕괴열을 냉각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처럼 발전소 안팎의 전력이 완전히 상실되는 사고에서도 외부 전력 공급이 없이 자연순환에 의한 붕괴열 냉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 끝으로 대전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두 가지 방식 가운데 직접처리 방식은 우리가 짊어져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많은 토지가 필요하고 그 토지는 수백만 년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SFR기술은 이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는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지를 주기 위함이다. 사용후핵연료가 생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SFR을 대전에 짓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나중에 국민의 선택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처리하든, SFR을 이용하든 선택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성 문제는 저도 대전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다.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다." 김달호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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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석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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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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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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