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천년그림속의학이야기
천년그림속의학이야기
유럽 약국 입구에는 왜 뱀이 휘감긴 막대기가 그려져 있을까. 마취제가 없던 시절에는 수술을 어떻게 했을까. 혈액형이 발견되기 전 수혈은 어떤 위험을 감수했을까.

현대 의학 이전에는 어떤 의료행위를 하고 제공받았는지 상상해보는 것은 쉽지 않다. 고서를 뒤지거나 잘 고증된 역사물로 간접적으로 짐작해보는 정도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과거 의학을 증언하는 이미지들을 살피는 것이다.

이 책은 고대 벽화, 파피루스 조각, 중세 필사본, 근대 명화, 의학 교과서들의 삽화들로 오랜 세월 의학이 저지른 실수와 그 극복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평생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해 온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와 그림들은 쉽고 흥미진진하다. 때로 안타깝고 잔인하며, 또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의학의 역사는 인류의 생로병사와 관련된 이야기이자 인간 자체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최첨단 의학이 존재하기까지는 돌팔이 이발사들의 잔인한 외과 수술, 수혈이나 지혈 과정에서 발행한 시행 착오, 그리고 그것을 줄이려는 의료진의 노력이 있었다.

의학이 저지른 실수는 대체로 인체에 대한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됐다. 혈액형이 발견되기 전 수혈은 목숨을 건 치료법이었다. 17세기, 여러 의사들에 의해 인간과 동물 간 수혈이 행해졌다. 일부 성공사례를 제외하곤 환자 대부분이 사망했다. 환자의 몸에 다른 혈액형의 피가 들어오면 혈관 내 피가 응고되면서 급성 신부전과 심장이상의 합병증을 일으키고 환자는 죽는다. 현재는 상식에 가까운 이런 사실을 몰랐던 당시엔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소독이라는 개념 역시 19세기에야 등장했다. 이전 의료진은 환자의 상처를 단단히 동여매서 썩게 했으며 손을 씻지 않아 세균 감염을 일으켰다. 결국 수술 후 감염으로 죽은 환자가 많았다. 하지만 황당한 의술과 그로 인한 실수들은 이후 근대화된 의학을 발전시키는 데 밑거름이 됐다. 수술 중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제의 등장, 탁월한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발견, 심장박동 소리로 몸의 이상 유무를 발견하게 하는 청진기의 발명 등은 인류가 생명 연장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책이 소개하는 그림 속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의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가늠해볼 수 있다. 강은선 기자

이승구 지음 /생각정거장 / 296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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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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