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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문화 꿰뚫어 보는 광활한 色

2017-04-20기사 편집 2017-04-20 0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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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황홀한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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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을 볼 때 우리는 대부분 슬픔과 상실로 가득한 장례식장의 상복처럼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스마트폰 등 최신 전자기기에서의 검은색은 모던함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검은색은 색이 아니다'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정의처럼,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은 빛의 파장으로 분류되는 색깔 스펙트럼에 안착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새까만 물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완벽한 검은색이라 할 수 없다.

'이토록 황홀한 블랙'에서 분열된 상징이자 매혹의 색이기도 한 '블랙'의 탄생과 변주를 집대성하고 있다. 완전한 색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검은색의 모호한 특성은 시대와 문화의 맥락 속에서 다양한 도구 및 상징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것. 15세기 부르고뉴 궁정의 검은색은 왕권을 상징했고 20세기 샤넬의 리틀블랙드레스에 사용된 검은색은 세련미의 극치로 해석된 것처럼 패션, 종교, 인류학, 예술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변주되는 블랙의 모습을 추적해나간다.

또 검은색이 인종을 묘사하는 말로 사용된 관습을 되짚어보면서 유럽의 백인들이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과정에서 어떻게 검은색의 부정적 연상을 활용했는지 알아보는 동시에 카라바조, 터너, 라인하트 등 수많은 화가와 디자이너들이 검은색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어떤 상징으로 활용했는지 안내한다.

이와 함께 검은색의 역사를 훑어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꿰뚫어보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어둠에 대한 공포에서 시작된 '검은색'은 한동안 인간의 힘을 압도하는 존재를 상징하는 색이었다.

힌두교 경전에서 검은색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됐다. 죽음과 붕괴의 색이자 모든 색을 초월하는 신성한 기운을 지닌 색은 사람의 잘린 머리를 들고 다니는 창조와 파괴의 신 칼리, 검은 몸을 한 애욕의 신 카마 등 '검은 신'의 모습으로 나타낸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검은색에 대한 관심은 그리스어로 '검은(melan) 담즙(choly)', 즉 멜랑콜리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히포크라테스를 비롯해 지난 2000년 동안 많은 의사와 과학자들은 인체에 흑담즙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이 단어는 슬픔과 광기의 기질로 여겨졌으며 현재까지도 '우울', '우울증'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책은 성서의 '검은 동물'에서부터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속 '그리스인의 검은 배',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속 '검은 보석', 뉴턴의 '광학' 속 실험 장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록을 인용해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검은색의 흐름을 살펴본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신화, 의학, 문학 등 시대의 흐름 곳곳에 존재하는 검은색의 흔적을 근거로 이것이 하나의 색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 역사 전반에 관한 기록임을 강조한다.

기나긴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 블랙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독자들에게 역사에 대한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 박영문 기자



존 하비 지음·윤영삼 옮김/ 위즈덤하우스/ 580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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