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순간까지만 해도 언론은 이번 19대 대선의 특징을 `3무` 선거라고 규정했다. 이념 및 지역구도가 흐릿하고 보수 유력후보가 없다는 자체 진단에 따른 것이었다. 어쩌면 이번 대선을 통해 정책선거의 장이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높았다. 그러나 지난 17일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가자마자 이를 무색하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각 정당과 후보간 이념 공세의 조짐이 되살아나는 것은 물론 망국적인 지역감정까지 부추기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유력 후보들이 통합과 연정, 협치를 얘기하는 상황에서 캠프에 몸담은 인사들은 뒷전에서 지역감정의 망령을 되살려 표심을 얻고자 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완화 조짐을 보이던 지역감정이 고개를 드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을 놓고 벌이는 각축으로 인해 비롯된 측면이 많다. 양강구도를 형성한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호남을 바탕으로 야권 정통성을 확인받고 외연을 확장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첫날부터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국민의당을 전라도당이라고 폄하한 것이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호남을 무시하는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운 것도 표심의 유불리를 따진 계산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날이 지나면서 지역감정 표출을 억누르던 자제력을 상실한 듯한 발언들이 당을 가리지 않고 봇물을 이루면서 분위기는 더욱 혼탁하게 변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유력 후보들이 본인의 입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홀대하는 말을 하지는 않아서인지 모르지만 주변 단속을 소홀히 한다는 점이다.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후보로서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기억하기 어렵겠지만 선거전에서 캠프나 측근 인사의 말은 곧 후보의 말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유권자로서는 선거캠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말을 자꾸 반복하면 결국 후보의 속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구심과 정치혐오를 불식시키려면 후보가 직접 나서서 망국적인 지역감정 언사를 자제시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