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오페라 '사랑의 묘약' 리뷰

대전예술의전당이 2017 스프링페스티벌 살롱오페라로 선택한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일반인들이 오페라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작품이다. 마법의 약으로 사랑을 이룬다는 소재는 오늘날에도 효력을 발휘하는 흥미로운 주제임에 틀림없다.

이탈리아 시골마을의 풍경을 연상케하는 전원적 분위기와 산뜻함이 돋보였던 의상디자인은 서로 조화를 이루었고, 연출가 홍석임은 코믹한 요소를 더욱 부각시켜 사랑의 묘약이 지닌 대중성을 확장시켰다. 예컨대 약장수 역을 맡은 베이스 전태현의 맹활약과 역동적인 아크로바틱의 등장으로 관객들이 오페라를 격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은 분명 흥행의 긍정적인 면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희화화와 극과 관계없는 과장된 동작과 장면들로 상대적으로 오페라의 본질인 음악과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은 양면의 칼로 작용했다.

한편 정나라가 지휘를 맡은 엠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서곡에서부터 흡입력 있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섬세하게 단원들의 역량을 이끌어낸 정나라의 치밀한 지휘스타일은 오페라를 탄탄하게 받쳐준 원동력이다. 때때로 반주음향이 지나치게 성악을 압도하는 순간이 발생하곤 했는데, 이는 성악과 기악 간의 음악적 균형감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연장의 크기와 개별적인 노래의 음색에 따른 반주의 섬세한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또한 성악가들의 역량은 노래와 연기 모두 둘째 날 캐스팅이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지만 첫째 날 무대 역시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테너 정제윤이 반복해서 부른 것은 희극적인 요소가 핵심인 이번 살롱오페라의 흐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탈리아어 발음과 발성이 좋았고 작품의 캐릭터와 녹아들어간 부분은 있었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맥락을 단절시키면서까지 부를 당위성은 찾기 어렵다. 작품 중간의 앙코르 노래는 관객의 엄청난 호응으로 자연스럽게 유도되어야 했고 형평성 측면에서 앙코르 기회는 테너 이정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2017 살롱오페라는 희극적 요소의 극대화와 스타가수의 등장, 퍼포먼스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지역예술인들의 존재감을 알린다는 본래의 취지를 완전히 구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각자가 맡은 역할을 적극적으로 관객에게 부각시켜 오페라의 대중성을 확장시킨 점은 가장 유의미하게 맺은 결실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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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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