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없는 미술관'展 7월 2일까지 청주시립박물관

이중근 작. 추억을 접은 공간(Space of Folding Memories), 2017, 사진, 컴퓨터그래픽, 디지털프린트, 가변설치
이중근 작. 추억을 접은 공간(Space of Folding Memories), 2017, 사진, 컴퓨터그래픽, 디지털프린트, 가변설치
청주시립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전으로 `그림 없는 미술관`(Museum without Paintings) 전시회를 7월 2일까지 연다.

`그림 없는 미술관`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번 전시에는 전통적인 미술 장르인 회화나 조각 분야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주로 설치미술(Installation Art) 작품들이 주로 전시된다. 그림 없는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설치미술은 특정한 장소를 고려하여 제작한 작품과 공간이 총체적인 하나의 환경을 이루어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미술 장르이다. 즉 회화나 조각처럼 이미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기보다는 공간의 특성에 따라 변화되는 작품을 말한다. 즉 작품이 놓인 공간을 포착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이번 전시는 청주시립미술관 자체가 가진 공간적 특성을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청주시립미술관은 1970년대 후반에 지어진 옛 한국방송공사(KBS) 건물을 리모델링한 건물로, 일견 전시공간으로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전시엔 청주시립미술관만의 공간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 장점으로 탈바꿈시킨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런 장점이 전시 공간으로는 공간이 주는 감각의 최대치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청주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 `미술이 미술관을 바꾸는 전시회`라는, 도전적인 표현을 함께 내걸고 있다.

리모델링된 청주시립미술관의 △너무 높거나 낮은 전시실 천장 △시선을 가로막는 열주(列柱) 등의 특성은, 일반적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데 있어서 큰 단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이러한 건축적 특성을 작품의 일부로 수용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을 독특하게 활용한 전시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는 김남훈·김지혜·김형관·복기형·서은애·손동락·전윤정·정승운·이선희·이자연·이중근·최제헌 등 12명.

미술관에서 가장 크고 높은, 330㎡ 가량의 전시실에는 정승운 작가의 작품이 있다. 정승운의 `작품이 있다`고 했지만, 실상 전시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승운의 `공제선-붉은섬`은 텅 비어 있는 공간 자체가 작품인 것이다. 관객은 입구의 암막 커튼을 열고 들어서면 어둠만을 보게 될 것이고,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 솟아오른 듯한 바닥과 공간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붉은 빛으로 인해 전혀 다른 시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정승운의 공간설치 작품은 미술관의 가장 거대한 공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감각의 최대치를 이끌어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시장의 기둥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일반 사무공간을 그대로 리모델링한 탓에 천장 높이가 낮고 기둥이 많은 공간적 특성을 적극 활용한 작가는 최제헌이다. 최제헌의 시선으로 인해 늘 작품을 바라보는데 방해요소로 여겨졌던 기둥은 작품이 기대거나 숨는 장소가 됐다. 최제헌의 작품은 공간과 작품의 관계를 다시 조직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관객과 작품의 관계도 재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 사진이 전시장에서 금지되는 이유는 사진의 플래시가 회화 작품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카메라 소음이나 일관된 동선의 흐트러짐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관객들에게 사진 찍는 것을 막지 않는다. 대개 일시적으로 존재했다가 해체될 작품들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인한 훼손의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작품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감상의 지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녀야 하는 전시회 특성으로 인해 동선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청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그림 없는 미술관` 전은 관객에게 마음을 움직이는 전시 작품 앞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줘 미술과 일상의 거리감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복기형 작. 흙만찬, 2001, 일반 흙, 라텍스 식생활용기, 70x70x40cm
복기형 작. 흙만찬, 2001, 일반 흙, 라텍스 식생활용기, 70x70x40cm
김형관 작. 첩첩산중(疊疊山中), 2017, 시트지 커팅, 2.7×33m
김형관 작. 첩첩산중(疊疊山中), 2017, 시트지 커팅, 2.7×33m
김지혜 작. 콩가, 2017, porcelain slip casting, 18x18x6cm, 200피스
김지혜 작. 콩가, 2017, porcelain slip casting, 18x18x6cm, 200피스
김남훈 작. 모스_별(Morse Code_Stars), 2017, 전등, 케이블, 소켓, 모스 컨트롤 장치, 가변설치
김남훈 작. 모스_별(Morse Code_Stars), 2017, 전등, 케이블, 소켓, 모스 컨트롤 장치, 가변설치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