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입에서 한미 FTA 개정에 관한 언급이 공식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펜스 부통령은 어제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우리는 앞으로 한미 FTA 개선(reform)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취임이후 미국 고위관계자가 한미 FTA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후 지금까지 별다른 표명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으로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최근 발간된 미국 무역장벽보고서엔 한미 FTA를 긍적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도 "한미 FTA는 상호 호혜적인 것으로 박수 받을 만하다"면서도 "지난 5년간 미국의 무역적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사실이 우려 된다"고 밝혔다. 재협상은 아니더라도 개정이나 세제개혁 등을 통해 수지개선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정부도 펜스의 발언을 재협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미국 무역적자 및 협정 재검토 동향 등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한미 FTA는 발효 5년 만에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보면 된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까만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펜스 부통령이 2박3일 방한 일정의 마지막 날 FTA 문제를 언급한 것은 좀 더 새겨볼 필요가 있다. 비무장 지대를 방문하고 북핵과 관련한 한미 공동발표를 마친 뒤 이 문제를 끄집어냈다. 이는 한미 FTA 개정을 사드배치 등 안보와 연계시킬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차기정부가 출범하기 전 개정에 대한 운을 뗌으로써 협상의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논의를 한다 해도 한미 FTA는 빨라야 올 가을에나 재검토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일찌감치 협상을 위한 토대다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도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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