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어제 KAIST를 방문, 과학계 인사들과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의대 출신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백신을 개발한 전문가답게 과기정책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며 과학계 표심잡기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안 후보로서는 선거운동 초반에 무언가 주도권을 쥘 주제와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과학기술은 그의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고 문 후보와 차별화도 꾀할 수 있는 주제다. 안 후보는 이를 감안한 듯 힘차게 과학기술정책을 소개했고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등도 거침이 없었다.

안 후보가 이날 소개한 과학기술정책의 요체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혁명으로 미래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현행 정부 주도 과기정책을 민간과 과학계 주도로 바꾸고 정부는 지원만 하도록 바꾸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감사제도로 전환해 연구를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고 경험이 축적되도록 할 것과 19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예산의 종합관리 및 역동적 배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구 인력도 향후 5년간 4만명 정도는 더 필요할 것이라며 현행 정규직 기준 1만8000명에 불과한 연구 인력을 대폭 확충할 것도 약속했다.

이날 과학기술인들과의 대화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 많은 주제를 다룰 수 없었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현행 과학기술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안 후보가 밝혔듯이 이날 소개한 정책적 진단과 대안이 자신의 경험과 소신의 결과라는 점에서도 신뢰가 간다. 그러나 역대 대선후보들도 선거운동 때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찾아 이런저런 과학기술 공약을 내세웠지만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신경을 쓰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참석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하더라도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안 후보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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