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리는 일종의 직관적 통찰력을 통해 생명현상을 인식한다. 즉, 우리가 바위에 있는 토끼를 볼 때 토끼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바위는 무생명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무엇 때문에 토끼가 생명체인지를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공유하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기준으로 생명체를 정의한다. 그러나 아기가 첫 호흡을 시작하기 바로 전이나 사람이 죽은 직후의 순간에 대해 19세기 철학자들처럼 우리는 `정의하기 어려운 어떤 요소가 특정한 구조의 집합이나 생명체의 과정을 부여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인류 역사를 통해 `생명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은 철학자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중대한 철학적 명제였다.

18세기 프랑스 의사 프랑소아(Marie Francois)와 비샥(Xavier Bichat)은 생명체를 `죽음을 저지하는 기능의 집합체`라고 시적으로 정의했다. 어떤 사람들은 생명체는 한 그룹의 연합된 생화학적 물질들이 생명체의 특성을 부여하는 일종의 `블랙박스`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아마도 우리는 생명의 실체를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특성을 재조명하고 분석함으로써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 죽음이란 뇌 활동의 정지로 해석될 수 있다.

생명체(organism)는 협동적으로 작용하고 이러한 특성들을 나타내는 구조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이 무생물에게도 현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변기가 작동하는 것처럼 컴퓨터는 자극에 반응하지만 변기나 컴퓨터는 생명체가 아니다. 생명체가 에너지를 흡수해 전달하는 것처럼 끓는 물에 놓여있는 포크도 손잡이에 열을 전달하지만, 이러한 열전달이 포크를 생명체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은 고도로 조직화돼 있으나 살아있지는 않다.

또 생물체 내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은 비생물계에도 널리 존재한다. 생물의 중요한 생화학물질로 DNA가 있는데, 이는 생물의 유전정보를 간직하고 있는 유전물질이다. DNA는 4개의 염기로 구성돼 있고 조직, 기관과 기관계 등의 기능에 필요한 단백질과 효소를 만드는 유전암호를 갖고 있다.

그리고 모든 생물체에서 구조적 구성과 조직은 그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따라서 구조를 파괴하면 그 기능이 상실되는데 그 예로 암탉의 수정란을 매우 심하게 흔들면 배아가 발생하지 못한다. 그 반대로 기능이 파괴되면 구조가 결국 분해된다. 그 예로 사용하지 않는 근육의 소실을 들 수 있다. 그러므로 생물학적 기능과 형태는 상호 의존적 관계를 갖는다.

특히 생물체는 외부환경의 자극을 감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한다. 자극에 대한 반응(irritability)은 외부자극에 즉각 대응하는 능력으로 생존에 필수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가시를 만졌을 때 곧 손을 뗀다든지, 소리에 귀를 추켜드는 개, 햇빛을 향해 생장하는 식물 등이다.

자극감수와 같은 즉각적인 대응과는 반대로 적응(adapta-tion)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는 반응현상이다. 적응은 생물이 주어진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생식하도록 하는 유전적 특징이나 또는 행동이다. 그 예로, 고온에서 생존하는 미생물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적응은 보통 자극감수보다 더 복잡하고 특이하다. 뿐만 아니라 적응은 종에 따라 서로 다르고 같은 종 안에서도 환경에 따라 다르다. 더운 여름철에 인간은 땀을 흘리는 반면에 개는 숨을 헐떡인다. 적응은 매우 다양하고 특이하다. 뱀처럼 주변의 배경과 유사한 색깔을 띠는 것은 적응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위장술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한다.

동물처럼 식물도 흥미로운 적응을 한다. 대부분의 나무는 넓고 튼튼한 몸통, 유연한 가지와 잘 퍼져있는 뿌리 덕분에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다. 폭풍 시 바람에 대한 나뭇잎의 적응 양상을 나타낸 것이다. 어떤 특정 환경에서 특정 유전형질을 갖고 있는 개체가 다른 개체보다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을 때 생물체의 집단에 적응이 형성된다. 대부분의 나무는 강한 폭풍에 약 5년 간 생존할 수 있는데, 바람이 불 때 잎을 말아 올리는 나무는 2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있다. 이러한 나무는 번식해 미래의 세대에 보다 유리한 형질을 전수하게 된다. 환경조건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적응력이 좋은 나무가 결국 집단의 우점종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적응은 어떤 조합의 유전자를 보유한 개체들을 우선적으로 생존시키고 번식시킴으로써 집단의 특징을 형성해간다. 자연도태(natural selection)란 물려받은 유전적 특징을 토대로 하고 있는 집단으로부터 어떤 개체의 향상된 생식력과 적응력을 의미한다. 특히 적응 형질을 물려받은 개체가 더 많은 새끼를 낳음으로써 이들이 집단 구성에 있어 수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즉, 집단이 변하면서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진화는 특정 형질의 우세처럼 이해하기 어렵거나 종의 멸종처럼 심각할 수 있다. 자연도태 때문에 원래 지구상에 생존했던 종 중에서 현재 1% 미만만이 생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생명체의 다양성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석준 스님 대전불교사암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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