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계절이다. 지난 주에는 목련과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거닐 수 있었고 이번 주에는 고개를 들면 진달래와 철쭉을, 고개를 숙이면 민들레와 제비꽃을 만날 수 있다. 봄은 산책의 계절이다. 산책은 사전에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고 쓰여 있다. 산책을 위해서는 산책길이 중요하다. 건강 단련을 위해 본격적으로 높은 산에 오르는 등산을 산책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니 산책길은 집 주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현대 도시인에게 산책길은 내 집 인근에서 걸을 수 있는 길, 일상과 연결된 길이다.

도심 산책은 문명과 자연을 함께 누리는 일이다. 자연의 선물인 사계절과 햇빛과 비와 바람을 느끼면서 도시의 문물도 함께 즐긴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도 나오듯 도심 산책은 경성으로 대표되는 근대 도시 발전과 관계가 있다. 도시를 걸으며 새 물건을 파는 가게를 둘러보고 사람들의 외양도 관찰하며 혼자 생각을 넓혀갈 수 있는 것이 도심 산책의 묘미다. 특히 산책 중에 향기로운 차나 달콤한 간식을 파는 가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책방에서 새 책 구경이라도 하면 더없이 만족스러운 시간이 된다.

그러나 솔직히 2017년 대전의 도심 산책은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미세먼지가 문제다.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고 도심의 푸른 숲을 조성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한편 거리의 흉물스런 간판이나 하수시설을 잘못 만들어 발생하는 악취, 가게의 소음도 도심을 걷는데 방해가 된다. 더구나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책방이나 음악다방, 갤러리 등은 도리어 찾아보기 힘들다. 도심 산책길은 일상과 연결된 길이기에 한 도시의 거리 풍경은 시민들의 문화 척도를 반영한다.

아무리 멋진 장소라도 차를 타고 멀리 떠나야만 즐길 수 있다면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내가 사는 동네의 환경이 발전해야 산책길도 즐겁고 일상과 삶도 풍요로워진다.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모든 곳은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특징이 있다. 이제 대전도 대형건물만 늘어나는 풍경보다는 나무와 인간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를 꿈꿀 때다.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