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음악대학 건반악학부 교수. 강은선 기자
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음악대학 건반악학부 교수. 강은선 기자
지난 14일 오전 10시. 목원대학교 음악대학에 쇼팽의 발라드 1번 선율이 흐른다. 연주자는 이 대학 건반악학부의 필립 리차드슨(41·philipp Richardsen) 교수. 다음 달 11일 대전예술가의집에서 열릴 독주회 연습에 한창이다. 독주회에서는 쇼팽과 슈베르트 등 고전·낭만주의 곡과 재즈를 선보인다. 국내·외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그가 목원대 강단에 선 지도 벌써 10년이다.

2008년 목원대 건반악학부 교수로 임용된 그는 7년 만인 2015년 정년트랙 교수를 따냈다. 지역 음악대학에서는 유일하다.

이른 나이에 정년 교수가 된 것이 말해주듯,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고교 졸업 전인 18세에 이미 비엔나국립음악대학에 입학한다. 이듬해엔 비엔나국립대학에 진학해 법학도 공부했다. 두 대학을 동시에 다니는 게 가능했던 건 예술적 재능을 지원하는 오스트리아의 예술 및 대학 입시 정책 덕분이다.

리차드슨 교수는 "오스트리아는 한국과 다르게 같은 시기에 다른 대학을 다니면서 여러 전공을 공부할 수 있다"면서 "부모의 요청에 법대에도 입학했지만 피아노를 손에서 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국에서 피아노석사를 받은 후 박사과정을 밟으러 건너간 미국에선 경영학도 공부한다. 그는 "음악은 음악가의 다양한 해석이 연주의 차이를 낳는다"면서 "지식을 쌓는 건 진정성 있는 연주의 해석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력은 해외에서 이미 인정받았다.

비엔나 국제 피아노 콩쿠르, 로스앤젤레스 국제 리스트 콩쿠르 등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05년 뉴욕 카네기홀 데뷔 무대(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와 열정의 혼합체"라는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런 그가 한국에 터를 잡은 건 1998년 한국인 피아니스트 친구와 즉흥적으로 하게 된 한국 여행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던 리차드슨 교수는 꼭 다시 와보고 싶다는 결심을 했고 2007년 한국으로 오게 된다. 한국인 아내를 만나 가정도 꾸렸다. 한국어는 모국어만큼 수준급이다. 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좋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목적을 두고 음악을 하지 않아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콩쿠르 입상에 목표를 두기보다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치려 합니다. 좋은 음악가가 돼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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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음악대학 건반악학부 교수가 교수실에서 학생 레슨을 하는 악보를 보고 있다. 강은선 기자
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음악대학 건반악학부 교수가 교수실에서 학생 레슨을 하는 악보를 보고 있다. 강은선 기자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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