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으로 촉발된 한반도 불안 상황에 대응하는 일본 아베 총리의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의도적으로 불안을 증폭시키는가 하면 이를 이용해 군사력을 키우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확인도 안 된 북한의 위협을 침소봉대해 기정사실화하고, 유사시 일본으로 유입되는 피난민을 골라 보호하겠다고 밝혀 한반도 위기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웃 나라의 군사적 위기 상황을 줄이려는 노력은 커녕 이를 발판 삼아 자신의 이득만 챙기겠다는 아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어제 중의원 결산행정감시위원회 답변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일본으로 피난민이 유입할 경우 선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한과 북한에 있는 일본인 보호나 귀국 조치가 필요하게 될 가능성을 상정해 필요한 준비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베가 자신의 발언이 한반도 주변의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 했다는 점이다. 아베는 지난 13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이 사린가스 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이미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한국에 있는 일본인 구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불안요인을 지나치게 과장해 위기국면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아베가 한반도 불안 상황에 집착하고 있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부인 아키에가 연루된 국유지 헐값매입 비리인 이른바 `아키에 스캔들`이다.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에 빠졌던 아베가 한반도 위기론을 조장해 지지율을 반등시켰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군사적 긴장을 이용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나라 밖 전쟁에도 일본인이 위험하면 자위대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보법을 바꿨다. `일본인 보호`는 자위대가 출동할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누가 봐도 속내가 뻔히 보이는 아베의 발언은 일국의 총리로서 결코 신중하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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