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때였던가. 관중석의 붉은 악마 응원단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글귀를 관중석 가득 새겼었다. 당시 나는 사법시험 공부 중이었던 고된 수험생의 입장이어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고 그 `꿈`의 의미도 내가 이루고자 하는 시험 합격이 전부였다.

고백하건대 나는 최근에서야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것과 `꿈`의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꿈`의 사전적 의미는 `실현시키고자 하는 희망이나 이상`이라고 한다. 원하는 직업을 갖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직업 또는 경제적 상태와 `꿈`이 별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꿈`이라는 것은 자신을 있게 한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에 어떤 방식이든 보답하고 기여하는 이타적 관계설정이라는 의미를 뒤 늦게야 깨친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 오십에 가까워져서야 알게 된 `꿈`의 의미가 새삼스러운 것일까. 내가 너무 각박한 현실 속에서 생존만을 위해 달려왔던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깨우침이었다.

청년실업난이 심각하다고들 한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너무 많아져서 사회적 비용이 상승한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3년 내지 5년을 준비해야 하는 취업시장이라는 얘기다. 청년들의 신조어 `헬조선`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상황과 심정을 표상한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꿈`은 무엇일까. 그들도 15년 전의 나처럼 생존이라는 문제로 인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아니 생존을 위해서 안정된 `직장구하기`에 매몰되어 아예 `꿈`을 꾸지 않는 것일까. 생존이 어려운 사회에서는 젊은이든 누구든 생존만이 관심사이고 악몽이 `꿈`을 대체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안정은 전쟁터에서의 생존과 에베레스트 등정 중의 생존과 거의 동격이라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직업의 노예로 살다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경제적 안정은 개인과 기업, 국가에게도 동일하게 중요한 문제이고, 국가 경제는 아래로 기업과 개인의 경제적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국가 경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국가 지도자 그리고 집권세력의 역량이다. 국가 집권세력의 지향점에 따라 무한 경쟁만이 남아있는 자본주의가 아닌, 세금의 적절한 분배와 복지정책으로 국민들이 생존의 정글에서 탈출하여 저녁 밥 짓는 연기가 폴폴나는 사람 사는 동네에 안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복지 없는 증세`만 이뤄졌다고 작금에 이르러 평가되고 있다. 전산시스템의 발전으로 누수되는 세원포착이 가능해지고, 담배세나 주세 등 간접세가 상승하면서 매년 국가세수는 역대최대를 갱신한 반면, 상대적으로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은 낮아지고, 국가로 들어간 세금이 복지의 형태로 사회적 약자나 젊은이들에게 재분배되어야 함에도 정부시책이 반대로 향했던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여론을 왜곡하면서까지 소송전을 벌이면서 성남시와 서울시의 청년수당지급제도를 발 벗고 방해했던 전력도 있었다. 이제 국민들도 복지정책이 사회 안전망이라는 고유한 의미 외에도 새로운 수요와 부를 창출하는 투자정책이라는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은 국가의 사회보장, 사회복지 증진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법의 운용은 앞서 박근혜 정부의 예에서 보았듯이 국민이 선택한 집권세력에 의해 그 실효성이 결정된다.

국가적 경제위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며 부의 적절한 분배를 이루고 국민들을 편안케 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 국민들의 자유와 평등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 지도자, 국제사회에서 지혜로운 외교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 젊은이들이 `꿈`을 잃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것이고, 우리 사회가 정글이 아닌 공동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우리는 한 달 후 나와 내 가족이 살아가는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현명한 국가 지도자는 지혜로운 국민들만이 선출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진중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후보자들의 정책과 인품을 살펴봐야 한다. 신상훈 법무법인 명경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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