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중국의 개혁개방은 새로운 중국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였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은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발전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제조2025(Made in China 2025)는 중요한 국가프로젝트 중의 하나이다.

20세기의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저렴한 노동비용을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하였으나 21세기의 중국은 세계의 시장으로 급변하고 있으며 저렴한 노동비용으로 경쟁력을 지속하기에는 여러 업종에서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기술력이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20세기에 시장을 내어 주고 기술이전을 유도하였으나 쉽지 않음을 경험하였다. 따라서 21세기의 중국은 자체적인 기술혁신만이 정답임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중국제조2025 프로젝트는 매우 적극적이며 공격적이다.

20세기의 개혁개방은 제조업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제조업의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축적하였다. 이제 중국은 이 거대한 자본을 이용하여 외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을 전략적으로 인수합병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자국의 시장을 내어주고 기술이전을 유도하는 전략이 아닌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술 확보를 하는 전략으로의 선회이다. 2015년 3월 중국의 국무원(國務院) 총리 리커치앙(李克强)은 정부 업무보고에서 최초로 중국제조2025를 제기하였으며, 그 해 5월에는 정식으로 중국제조2025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4년에 중국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 규모는 710억 달러 정도였는데, 2015년에는 1120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에도 더욱 가속화됐으며 2017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중국 상무부(商務部)는 지나치게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대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인수합병은 오히려 중국에게 좋지 않은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기업이 해외에서 가장 많은 인수합병을 한 업종은 첨단기술 분야이다. 첨단기술 분야는 중국제조2025의 목표와도 부합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기업이 자금력만 가지고 모든 인수합병을 성공한 것은 아니다. 국가안전, 자원통제,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인수합병이 무산된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이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인수합병에 통계상의 오차가 있다고 한다. 특히 외국 매체에서는 인수합병 의향이 있는 경우에도 통계범위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수합병 규모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상무부의 이러한 해석은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막대한 자금력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일본 기업들의 해외투자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있었다. 모든 경우를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는 메이디(Midea)그룹이 도시바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메이디는 세계 5대 가전제품업체와 세계 500대 브랜드를 목표로 작년에 이미 도시바의 백색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하였으며, 올해 초에는 독일의 쿠카(KUKA)와 이스라엘의 서보트로닉스(Servotronix)도 인수하였다. 이들 두 기업은 모두 자동화 로봇업체들이다. 4차 산업혁명(Industry 4.0)과 같은 맥락에 있는 중국제조2025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발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동화 로봇이 필요하다. 따라서 메이디그룹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인수합병은 중국제조2025이라는 큰 패러다임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중국제조2025계획에서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이다. 인수합병은 국가별로 복잡한 제도적 장애요인들을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경쟁력의 확보는 또 다른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제조2025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기술개발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도 중국제조2025를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보통신기술과 로봇기술 등은 우리의 신성장산업과도 공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업체들도 중국의 해외 기업에 대한 항공모함식 인수합병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고 또 한편으로는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의 모색이다. 김상욱 배재대 중국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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