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를 잘 아는 이윤회 포수나 이장춘 포수는 멧돼지는 왕성한 번식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웬만한 상처를 입어도 죽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윤회 포수가 잡은 어느 괴물 멧돼지는 전신에 여덟 개나 되는 총탄 구멍을 갖고 있었으며 그 총탄의 일부는 멧돼지의 장기에 맞기도 했으나 그 멧돼지는 살아서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또한 총탄에 맞아 앞다리 하나가 부러진 멧돼지가 부러진 다리 대산 주둥이를 사용하여 10리를 달아나기도 했다.

그래서 상처를 입은 멧돼지에게 접근하다가 사냥개들이 죽기도 하고 사냥꾼들도 다치거나 죽는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가 총에 맞아 쓰러져도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된다.

그런 멧돼지는 죽은 체 하고 있다가 반격을 하기 때문에 이윤회 포수는 사냥꾼들에게 멧돼지가 쓰러져 네 다리를 위쪽으로 뻗어 올리고 있지 않으면 절대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충고한다.

저돌(猪突)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돌진하는 멧돼지는 바위를 굴리기도 하고 나무를 뽑아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멧돼지 사냥을 할 때 그런 멧돼지와 정면에서 싸우면 안된다. 굴러오는 바위나 뽑혀진 나무에 걸려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있었다.

하물며 포수가 멧돼지를 위쪽에 두고 대결을 하는 짓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

그런 멧돼지는 저돌이 아니라 번개처럼 빠르다.

멧돼지를 잘 모르는 포수들은 멧돼지를 집돼지와 같은 짐승이라고 오인하고 실수를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짐승들이다. 멧돼지는 미련한 집돼지와 다른 짐승이며 자기를 잡으려는 사냥꾼들에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기 몸을 숨길 곳에서 숨어 있다가 그곳이 위험해지면 다른 숨을 곳으로 이동하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포수가 총을 쏠 틈도 주지 않는다.

멧돼지는 그렇게 숨어 다니다가 자기에게 유리한 곳을 선택하여 적에게 반격을 한다. 노련한 포수가 멧돼지를 위험한 맹수라고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포수가 사냥개와 함께 멧돼지사냥을 할 때는 사람보다 앞서 멧돼지에게 덤벼드는 개들이 희생되지만 그렇지 않고 사냥개의 도움 없이 사냥을 하는 포수들은 그런 위험을 자기가 겪게 된다.

한국에서 멧돼지 사냥을 하는 사냥개들이 많이 병신이 되거나 죽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따라서 한두 사람의 포수가 한 마리 또는 두 마리의 사냥개를 데리고 멧돼지 사냥을 하는 것은 위험한 짓이 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