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최신 의학 정보만 제공할 뿐, 결국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사이기 때문에 지역의 의료 수준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봐야 한다."

국내 여러 곳의 의료기관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에 대한 대전지역 내 한 종합병원 의사의 말이다.

가천대 길병원이 지난해 IBM의 왓슨을 도입, 본격 운영을 시작한 이후 부산대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들도 앞다퉈 왓슨을 도입해 진료에 나서고 있다.

대전에서는 건양대병원이 중부권 최초로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 이달 초부터 진료에 들어갔다.

왓슨이 최신 의학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인 만큼 진료의 정확성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분명하다.

더욱이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의료수준 때문에 지방에서 왓슨 도입에 매달리고 있다는 투의 비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왓슨 자체의 효과성 등 기능면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지방 의료 수준 전체에 대한 폄하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현재 왓슨이 진단을 내리고 있는 암 분야에 대한 의료 수준을 살펴보면 대전은 상위권에 위치한다. 물론 서울이나 경기가 조금 더 뛰어나긴 하지만 그리 큰 격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16 한국 의료 질 보고서`에서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암에 대한 의료 질(효과성)에서 대전은 73.5점으로 서울(76.5점), 경기(79.4점)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1등위(1-4위) 마지막인 대구(58.8점)와 더 큰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한 대학병원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아직까지도 암 등 중증질환이 발생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찾고 있지만, 대전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의료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왓슨이 인공지능 의사라는 거창한 별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 방법에 대한 결정은 결국 의료진의 손에 달려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기 전까지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왓슨에 대한 판단도 아직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일이다. 취재2부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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