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상대(下石上臺)`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축대를 쌓으면서 돌이 모자라자 `아랫돌을 빼서 윗돌로 쓰고,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괸다`란 뜻이다. 비슷한 말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이 있다.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발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오줌으로 발을 녹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속담은 우선은 효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내 상황을 더 악화시켜 오히려 안 하니 못 한 임시방편의 대책을 비유할 때 사용한다. 최근 충북도와 청주시가 청주공항의 활로 모색의 일환으로 내놓은 러시아 노선 취항도 `하석상대`의 임시방편에 불과한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주공항은 외국인 이용객의 90%가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계획 이후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청주공항은 인적 없는 공항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충북도와 청주시가 청주공항 활로 모색의 계기로 선택한 것이 러시아 노선이다. 중국에 편중된 노선을 다변화해 청주공항의 활로를 모색하고 지역 관광 경기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에서다.

문제는 정작 청주공항에서 출발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행 항공기에는 러시아 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는 12월까지 운항이 예정돼 있는 이들 2개 노선에서 러시아 관광객을 볼 가능성은 더욱 없다. 현재 운항하는 105석 규모의 항공기 좌석이 한국인 관광객들로 모두 채워지기 때문이다.

이들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러시아 국적기인데, 이 항공사가 자국 국민에게 돈과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신규 취항한 노선을 홍보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노선 다변화로 청주공항 활로를 모색하고 지역 관광 경기 활성화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러시아 노선은 중국 여행을 계획했던 국내 여행객들의 발길을 러시아로 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국 여행객을 대신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는 실패한 반쪽자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청주공항이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이 같은 임시방편의 대책을 내놓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역 관광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사 위기에 처한 청주공항의 진정한 활로를 모색한다면 한류 열풍이 있는 동남아시아나 일본 등으로 노선을 다변화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일 것이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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