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독자들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터넷의 이면에는 중독과 고립, 방치가 도사린다. 꿈과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주는 인터넷은 새로운 중독의 온상이다.

온라인 게임 의존, 사이버 음란물 중독, 소셜 네트워크(SNS) 의존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도박 중독과 쇼핑 중독 등 기존의 중독 질환도 인터넷으로 무대를 옮겨가고 있다.

이제 인터넷 미디어를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제력과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디지털 중독자들`은 우리 모두가 얼마나 심각하게 디지털 매체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되짚어본다. 특히 급속도로 퍼져가는 이 질환의 위험을 경고함과 동시에, 우리 자신과 아이들을 인터넷 의존증에서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적·정책적 방법을 제시한다.

1장은 `진단 없이는 치료도 없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남용과 중독의 단계를 구분하고 의존성 질환임을 진단하는 국제적 근거로 1996년 킴벌리 영이 제시한 `인터넷 의존 진단 기준`(8 항목), 2013년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5차 개정판에 수록된 `온라인 게임 의존 진단 기준`(9 항목)을 제시한다.

2장은 인터넷 의존의 대표적인 유형들을 탐색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과 사이버 음란물, 소셜 네트워크 3가지가 주목해야 할 유형인데 이들의 공통 원리는 모두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소망과 욕구, 갈망, 목표를 실현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3장은 인터넷 의존을 유발하는 원인으로서 미디어, 사회, 개인의 중독 삼각형을 살펴본다. 어떤 미디어와 콘텐츠가 중독을 유발하고 촉진시키는지, 어떤 생활환경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환자 본래의 심리, 생물학적 위험 요인은 없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4장은 중독에서 벗어나는 치료법을 소개한다. 저자가 그동안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해법과 치료 사례가 생생하게 소개된다. 토대로 삼을 만한 학문적 연구 결과가 전무한 탓에 `행동으로써 배운다`는 마음으로 겪어낸 시행착오들은 아픈 기억이자 지금을 있게 한 소중한 경험이다.

5장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예방 조치를 고민해본다. 인터넷 의존이 연령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당장 시급한 문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6장은 디지털이 내세운 `구원의 약속`이 어떤 실체를 갖고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디지털 미디어의 멋진 특성은 우리가 그 안에서 더불어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쌍방향 능동성`이다. 마법 같은 키워드지만 현실의 우리는 육체적 능동성을 잃어버린 채 최면에 걸린 토끼처럼 모니터 앞에 얽매인 무력한 인간이 되어간다.

디지털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동시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각 현장의 경험과 정보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공유하고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책을 통해 `인터넷 의존증`에 관한 세계적인 연구 현황과 함께 각 지역의 인식과 대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보자. 박영문 기자

베르트 테 빌트 지음·박성원 옮김/ 율리시즈/ 388쪽/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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