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책꽂이

◇내가 도와줄게(송은경 글·그림)=누구나 낙서하고 색칠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크레파스를 들고 벽지에다가도 장판에다가도 손이 가는 대로 죽죽 그었던 경험이. 이 책의 주인공 민경이처럼 크레파스 하나면 너른 상상의 나라로 갈 수 있다. 그곳에서 동물 친구들의 걱정거리를 예쁘게 색칠해줄 수도 있고, 다채로운 꽃밭에서 마음껏 뒹굴 수도 있다. 주인공 민경이는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한다. 이 책은 차분하면서도 색색의 빛깔로 빚어낸 그림들 덕분에 책장을 덮고 나면 여운이 오래도록 맴돈다. 아이들이 쓰는 스케치북 고유의 느낌을 살리고자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용해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부모는 아이들의 널따란 상상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행복하게 뛰놀 수 있는 따스한 그림책이다.

숲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멜로디

◇숲속 피아노(이와무라 카즈오 글·엄혜숙 옮김)=숲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피아노 모양의 그루터기를 본 여자아이는 망설임 없이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진지하게 연주를 시작하자 호기심 많은 생쥐가 다가오고, 흥미와 놀람을 안고 다람쥐와 너구리, 토끼도 다가온다.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연주하는 과정을 보면 아이들의 순수하고 귀여운 감정과 무한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이책은 아이들의 소소한 감정과 행동을 섬세하면서도 귀엽게 표현해낸 작품으로 숲속에 햇살이 비치는 걸 반영한 듯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톤과 농도, 그림이 더욱 돋보이도록 짧고 간결하게 쓴 글 등 작가의 작품관이 그대로 녹아 있다. 아름답고 섬세한 자연 묘사와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표정 묘사, 흐뭇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따뜻한 결말은 오랜 시간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아온 비결이다.

혼자만의 공간이 갖고 싶어

◇나 혼자 읽을거야(민레 글·이사벨 로하스 그림·사과나무 옮김)=아이는 혼자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 헤엄을 치고, 숨이 차게 뛰고, 기어올랐다. 그러다 외딴 섬을 발견한 아이는 혼자만의 공간에 도착했다. 한참을 재미나게 책을 읽고 있었는데 섬이 들썩거렸다. 이곳은 외딴 섬이 아니라 바로 커다란 공룡의 등이었다. 이곳도 아이 혼자만의 공간은 아니었다.

많은 아이들은 조용히 책을 읽을 나만의 공간을 찾기 마련이다. 또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아이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혼자만의 공간을 찾지 못하고 결국 책 속으로 들어간다. 다채롭고 상상력이 풍부한 일러스트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통해 아이들은 주인공이 들어간 책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볼 수 있다. 또 주인공처럼 나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뛰어온 코뿔소와 자신이 같은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신비로운 자연의 사계절

◇마당 위 쑥쑥 땅 아래 꿈틀(케이트 메스너 글·크리스토퍼 실라스 닐 그림)=이 책은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 놀러 온 주인공 여자아이가 나나 이모와 함께 보낸 1년 사계절의 이야기를 담은 생태 그림동화이다. 겨울의 끝자락, 손에는 씨앗을 한 움큼 쥐고 아이는 이모와 봄맞이 채비를 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당과 텃밭의 땅 아래는 이미 북새통이다. 흙 고르기 작업에 한창인 지렁이, 공벌레 등 곤충들이 땅 아래 믿음직한 일꾼들이다.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땅 아래 정원사들을 소개하고 마당 위에서 생장하는 동·식물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름다운 사계절의 풍경이 펼쳐지고 그 안에서 자연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동·식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된 생태마당의 사계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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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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