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5월 대선은 충청 정치지형이 재편되는 색다른 분기점이 될 듯 싶다. 이는 아주 상식적인 전망이다. 새로운 최고 권력이 탄생하게 되면 그 자장(磁場)의 영향권에 들어가기 마련인 까닭이다. 현재 구도는 A후보와 B후보의 양자구도가 견고한 가운데 C후보 등 3위권 밖 후보들이 반전의 계기를 엿보는 형국으로 요약된다. 선택지 상황이 이러하므로 지역 유권자들도 이들 중 한 명에게 한 표를 행사할 것이며 조금 더 엄밀하게는 저울대에 올라있는 A·B 두 후보 카드를 놓고 선호가 엇갈릴 듯하다.

오는 대선 투표일에 누구를 찍느냐 하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말하자면 형용모순 같은 과제다. 대체로 유권자 개인이 설정한 조건과 기준선이 있을 것이다. 이에 가장 근접해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후보에게 기울게 되는 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면 맞다. 충청 표심도 이런 궤적을 따라 움직이고 있음이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증명된다.

여기까지는 일반론적 접근이다. 그런데 충청 유권자라면 대선판을 읽는 독법을 달리해보는 것도 무익하지 않다 하겠다. 우선은 충청대망론에 대해서다. 이 명제는 각당 경선 종료와 함께 소멸돼 버린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지역적 연고가 닿는 대선후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감 흡사한 지역내 집단정서가 잔존해 있다면 이런 정치 현실과 완벽한 절충을 이루는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충청민심의 주류 흐름과 실제 표심이 어떻게 맞물릴지도 관건이다. 이 대목에 이르면 대선후보들도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지만 같은 논리로 유권자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충청 유권자들의 경우 타 권역에 비교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舊)보수진영 후보들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이라서 선택의 여백이 넓지 못한 측면이 있으며, 동시에 A후보와 B후보의 변별력을 계량해보는 작업이 녹록지 않은 것도 고역 아닌 고역인 셈이다.

이렇게 모호할 때는 대선 이후 도래할 지역의 정치지형 혹은 권력지도의 변동을 예측해 보는 것도 기술적 방법론에 해당한다. 확률적으로 A후보가 정권을 잡는 상황과 아니면 B후보가 승자가 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정치적 실익의 상대적 크기를 가늠해 보는 식이다. 먼저 A후보가 대권을 가져가게 되면 충청의 정치색채는 중도·진보내지는 온건 좌 성향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인적 측면에서 노무현 정권 때 국회에 입성한 일단의 정치인들이 지역 정치의 핵심 전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적 입지를 바탕으로 국회수장에 오르는 이도 나올 수 있겠고 내각 참여 지분도 기대해 봄직하다.

B후보가 국민의 최종 선택을 받게 되면 지역 정치구도는 더 탄력적으로 전개될 공산이 높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권력을 배출한 정당의 문을 두드리는 개인이나 집단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경험칙이다. 단, 정치자원의 이동이 식상해보이거나 새 인재 발굴이 병행되지 않으면 자치단체장 자리는 물론이고 지방의회 진출을 낙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지역에서 정당기반이 온전히 다져지지 않은 단계에서 갈 길을 재촉해야 하는 것도 외생변수일지 모른다.

어느 경로를 걷든 대선 이후 충청 정치질서의 재정립은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포스트 대선` 정국이 지역 정가의 세대교체를 촉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석과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업그레이드된 리더십이 출현할 때도 되기는 했다. 공직부문에서 성공한 명망가 중심의 정치적 사고 틀 하나는 폐기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역 정치생태계에도 상당 폭의 순환이 요구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이 충청의 수동적 정치태도를 개선시킬 동력을 공급받는 기회임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그에 걸맞은 인식의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A후보를 지지하든 B후보를 지지하든 간에 나중일은 모르니 대신 정치적 `인우보증(隣友保證)` 관계는 명쾌하게 해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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