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시나 광장, 관광지에 가면 당대 혹은 후대 사람들의 업적을 기려 정성껏 세운 동상이 있다.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제독, 스페인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의 펠리페 2세상, 오스트리아 빈 시청 앞 슈베르트상 등이 대표적이다.

관광객들은 이런 동상을 보며 시대를 풍미한 그들의 치열한 삶과 용기를 떠올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 유명한 이들의 동상이 단순히 기념사진 배경의 의미를 넘어서는 이유다.

미국 사우스 다코타주의 블랙힐에 있는 러시모어산 거대한 암벽에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절대적으로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전직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해마다 높이 169m, 길이 201m의 규모에 달하는 이 조각상을 보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역대 대통령 동상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청남대다.

이 곳에 가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9명의 동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을 함께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남대관리사업소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동상을 세워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1995년에 구속됐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동상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겠지만 탄핵이라는 변수가 생긴 까닭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법정에 서는 만큼 충분히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보수측에서는 역대 대통령들과 형평성을 거론하며 동상 겁립을 두고 청남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오줌싸개 동상`은 작고 초라해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 동상에 얽힌 희망, 고난, 슬픔 등의 이야기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켜서다.

동상을 보면서 깊은 감동과 공감은 커녕 오히려 동상을 보는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진다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각종 불법 벽보를 보는 것과 다를바가 뭐가 있을까.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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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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