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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태극기 소회(所懷)

2017-04-11 기사
편집 2017-04-11 17: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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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이가 국기를 허투루 보관해서는 안 된다'며 국경일에 걸었던 태극기를 국기함에 깨끗하고 소중하게 보관하셨다. 아버지의 그런 국기에 대한 사랑은 고스란히 내게 스며들어 남아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국기에 대한 경례'라도 할 때면 왠지 가슴이 뭉클하고 벅찼다. 세계 각국의 국기를 점차 알아가면서 우리나라 국기의 아름다운 형상과 도드라짐으로 자랑스럽고 자부심마저 느꼈었다. 다니던 중학교가 외국 손님이 드나드는 길목에 있던 터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세계제패나 외국 정상의 방문길에는 길옆에 도열해 작은 태극기를 양손에 들고 흔들며 그들을 환영하기도 했다. 그 때는 학교가 일찍 끝나 즐겁기도 했지만, 작은 태극기를 들고 흔드는 것으로 마냥 흥분되고 가슴 뛰었다. 애국심이 저절로 함양되는 기분이었다. 철이 들어 당시의 그런 학생동원이 우리나라의 어려운 나라상황과 빈약한 국력과 국격 때문인 것에 서글프기도 했다. 태극기는 88올림픽, 2002월드컵에서 드디어 찬란하게 피어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태극기를 기쁨과 환호로 흔들었다. 엄청난 크기의 태극기가 스탠드를 뒤 덮을 때에는 가슴 뭉클 하지 않았던 이는 없었으리라. 이는 국가의 기상이었고 민족의 흥이며 동력이었다. 그곳엔 어떤 이념이나 색깔은 없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국기다. 하얀 바탕에 태극문양이 있으며 건곤이감의 사괘가 있다. 태극기의 바탕이 흰 이유는 순백의 깨끗함으로 한민족의 단일성과 혈통을 나타내며, 때 묻지 않은 우리의 맑음, 순수, 고결함도 함께 나타낸다. 태극문양은 음양의 조화를 부드러운 곡선을 넣어 나타냈으며, 4괘를 넣어 우주만물과의 균형을 표현한 심오한 철학적 국기이다. 그 것에 함축된 의미, 상징성, 균형감은 물론이고 아름다움에서도 세계제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초기부터 구속 까지 연속적인 '촛불집회'가 있었다. 이에 대항한 소위 '태극기 집회'가 있었다. 촛불을 든 집단에 맞서 태극기를 든 집단이 근거리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초기에는 태극기를 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맞불집회였다. '태극기 집회'로 불린 집회는 그 후 탄핵반대집회로 발전했다. 촛불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의 숫자에는 못 미쳤으나 그 수는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점차 늘었다. 이곳에는 태극기는 기본사양이었고 미국의 성조기도 있었다. 이런 '태극기 집회'는 보수를 대변하는 집회라고 자평하며 촛불을 든 사람들을 빨갱이 혹은 극열진보자로 몰아갔다. 이에 촛불을 든 일부 진보인사들은 태극기를 든 자들을 '극렬 우익' 및 '박근혜지지자'들로 규정했다. 이런 극대극의 상황대립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규모가 조금씩 커진 '태극기 집회'는 보수를 표방하면서 변화됐다. 초기에는 박근혜 지지자들과 극열 단체들이 주로 참여했지만 그 세가 점차 커지면서 그들은 보수를 대변하듯 했다. 이는 촛불에 반감을 지닌 자들을 집결시켰고 모두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태극기집회'에 참여했던 정치인들은 집회를 우익을 대표하는 양 언행을 바꿨다. 결국 그들은 '태극기'는 '보수'로, '촛불'을 '진보'로 몰고 갔다. 결국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앞까지 갔으며, 새누리당의 당기가 아닌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태극기는 국기가 아니었다. 그들의 손에 들려있던 태극기에는 고결함이 보이지 않았다.

태극기에는 정치적 이념이 붙어 있어서는 안 된다. 촛불은 '좌익' 태극기는 '우익' 이런 이분법적 논리에 태극기가 동원돼서는 안 된다. 태극기에 극열 우파의 이념이 녹아 있거나 혹은 급진진보의 색깔이 포함돼있어선 더욱 안 된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며 피땀 흘린 수많은 애국선열의 혼이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병들의 가슴에 자랑스럽게 붙어있기 때문이다. 태극기는 바라보았을 때 영혼이 맑아지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순수하고 역동적이며 고결해야 한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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