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상을 받는 것처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무언가 나름대로 공적이 인정돼 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상을 주는 경우가 정례화돼 있기도 하고 순번제로 받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크게 잘못한 것이 있지 않다면 상을 받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며, 심지어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도 상을 주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포상 제도가 많다 보니 상에 대한 의미가 조금은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필자 역시 여러 기관장을 하면서 주관자로서 상을 수여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특별히 상에 대해서 의미를 두지 않다 보니 실무자들이 건의해서 올라오면 그대로 승인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 수여한 상은 달랐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주도적으로 주게 된 상이다. 이번 수상자의 공적에 비하면 포상은 최소한인 것 같아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우리 국립대전현충원은 주로 사무실 공간 개념의 일반 공공기관과는 달리 330만㎡의 방대한 규모이다 보니 관리 대상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2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극심한 건조기에는 산불 등 화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시로 산불 예방 등에 강조를 하면서 대비를 한다고 하지만 그 넓은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은 불가하다. 국가기념일인 제2회 서해수호의 날을 바로 앞 둔 전날인 3월 23일 14시 20분경에 현충관 옆 묘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어느 유족이 향불을 피우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발생했는데 다행히 환경요원에 의해 발견돼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진화됐다. 매일 합동안장식이 진행되는 시간대에 발생해 안장식이 종료되고 난 뒤에 그 과정을 듣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 당시에 바람도 불어 조금만 늦었더라면 비석의 광택면도 녹아내리고 묘비 옆에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조화도 타면서 비석 등에 붙으면서 큰 불로 이어졌을 것이다. 당시 현충광장에서는 다음 날 거행될 서해수호의 날 행사 최종 리허설이 한참 진행 중이었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던 일이다. 불길을 제 때에 잡지 못했다면 다음날 있는 서해 수호 55명을 추모하고 전사장병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숭고한 국가행사도 퇴색될 뻔 했다.

두 분의 환경요원들의 즉시 대응과 처리과정은 "평소에 잘 하자" 라는 정신이 자연스럽게 위기 상황에서도 보여 주었다. 다른 직원들의 이어지는 칭찬도 흐뭇했다.

그러한 공적을 지나칠 수 없어서 이번 달 월례조회에서 두 분에게 포상을 실시했다. 감사장을 받게 되는 순간까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가 상을 받게 되어 처음에는 당황했던 김완기·이정우 두 분의 환경요원들의 상을 받을 때의 겸손한 모습은 아직도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조금은 엄숙한 현충문 아래에서 두 분을 향한 우레와 같은 박수로 최고의 찬사를 보내 준 모든 직원들의 모습에서 더욱 최고의 호국공원으로 발전하는 우리 국립대전현충원의 미래가 그려진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