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과학의 달을 맞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글로 짓는 과학` 백일장에서 시제를 출제했다. 어떤 글감을 시제로 정할까 고민하다 초중학생 위주인 백일장 참가자의 눈높이를 고려하여 아이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동물`로 정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쉽게 연필을 들 수 있도록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책과 동시 몇 편을 읽어주었다. 모두 인간과 동물의 상생을 이야기한 작품이었다.

어린이들은 집에서 동물을 키우면서 혹은 길에서 고양이나 새, 곤충을 보면서 동물을 처음 만난다. 어른과 달리 어린 아이들은 동물을 인간과 다른 존재라고 여기지 않는다. 어린 아이일수록 동물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거나 자기와 비슷한 생활을 할 거라 믿는다. 그것은 비록 무지에서 비롯된 자기중심의 사고이지만 동물 역시 인간과 같은 존재임을 의심하지 않기에 나타나는 생각이기도 하다.

근대에 들어 인간 위주의 사상이 퍼지면서 감옥 형태의 동물원이나 대규모의 동물실험이 보편화되었다. 19세기와 20세기 전반까지 동물실험은 과학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우세했지만 때늦은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성도 일어났다. 동물실험에서 실험개체수를 줄이고, 고통을 완화시키고, 대체실험을 고려하자는 3R 원칙이 20세기 중반 제기된 후 이제 동물보호는 말을 하지 못하거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모든 생명체를 인간과 평등하게 대하자는 철학으로 나아가고 있다. 동물보호는 단지 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인류를 위해서도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의 후손들이 지금은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을 동물원이나 기록물로만 접하는 비극적인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과학을 지식이나 인간을 위한 도구로만 접근하면 사람들은 자칫 과학을 가치중립적인 학문이라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연구의 현장에서는 종종 윤리적 문제에 대한 갈등이 생겨나며 그 해결책은 문학이나 역사학 등 인문학적 시각을 도입할 때 비로소 찾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과학교육은 지식전달과 더불어 인문학적 시각도 함께 교육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 과학교육의 중심인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과학지식교육과 더불어 인간, 자연,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열고 있다. 이번 주말에도 좋은 행사가 이어진다니 직접 참여해보셔도 좋을 듯하다.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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