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어쩐지 즐겁다. 거리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벚꽃 엔딩`이란 노래가 아니더라도 곧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분홍 꽃비를 휘날릴 벚나무 가지 사이로 날아드는 햇살에서 느껴지는 여름의 징조가 반갑다.

주말 화창한 날씨 속에 벚꽃놀이를 즐기는 상춘객들로 유명 행락지들이 북적댔다. 기상청은 이번 주 벚꽃이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고했다. 벚나무 종류 중에 가장 화려하게 많은 꽃이 피는 왕벚나무는 제주도가 원산지란다. 화사한 벚꽃을 구경하면서도 내심 왜색 문화가 아닌가 하는 켕기는 마음을 애써 모른 척 할 수 있는 구석이다.

벚꽃엔딩은 지난 2012년 처음 공개된 노래로 지난 7일 한 공중파 방송 음악프로그램에서 톱5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매년 봄바람이 휘날리는 4월이면 음원 차트를 역주행해 `봄캐롤`, `벚꽃좀비`라는 애칭까지 듣고 있다.

매년 4월 봄이 왔지만 아직 겨울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꽃다운 자식들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꽃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세월호와 함께 목포 신항만으로 건너온 세월호 유가족들이 9일째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잠시 몸을 누일만 한 컨테이너 2채를 받긴 했지만 별도의 샤워시설이나 세탁시설이 제공되지 않아 바닷가 근처 수도시설에서 간신히 세수를 하거나 간이 화장실에서 속옷 정도를 빨며 버티고 있다.

계절의 여왕이 곧 농염한 성숙미를 자랑할테지만 채 피지도 못한 수백 송이의 꽃들이 허망하게 져버린 4월은 많은 이들에게 춘래불사춘을 떠오르게 한다.

세월호가 깊은 바다에서 떠올라 육지로 옮겨졌다. 3년 전 황망하게 어둠 속으로 가라앉은 지 3년을 꼭 일주일 남겨놓고서다. 이 배의 무게 1만6000t은 그간 건져내지 못한 국민 모두의 마음을 짓누르는 중량이었다.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은 `황무지`란 시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묘사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워낸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었던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황무지에 비유한 시다.

이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4월이 더 이상 잔인하지 않게, 지나간 겨울이 생각나지 않게 엔딩을 들려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취재2부 차장 이용민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