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붑니다.

문틀의 못 뺀 자리로

동짓달의 냉기가 솔솔 들어옵니다.

강압의 마치를 휘둘러

못을 치기는 쉬워도

못 뺀 자리는 상흔으로 남아

쉽게 기워지지 않나 봅니다.

혹은 모릅니다.

못 친 자리가 문드러지면

못 뺀 자리도 사그라질지

본래 흙이었으니 흙으로 썩어

우리들의 가슴에 휭하니 뚫린

못 친 자리도 잊혀질는지

잊는다는 것은

잊으려고 애쓰는 것뿐일는지

셋집을 옮길 때마다

적당한 자리에 못을 치다가

부적당한 자리의 못을 뽑다가

부끄럽고 두려워집니다.

우리 살아온 생을 계산해 굽은 못이 몇 개인가. 그걸 산정하면 드러날 게 분명해. 내가 네 가슴에 박았던 못, 또 네가 내 마음에 깊이 질러놓은 못. 하여 우리는 모두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고 내 가슴에 박힌 못을 빼다 생이 다 가는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시를 쓰는 일 그 자체도 내 가슴에 박힌 못을 빼는 일. 또 당신의 가슴에 박힌 못을 함께 괴로워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문틀의 못을 뺀 자리로 동짓달 찬 기운이 솔솔 들어와 우리 가슴을 냉골로 만드는 걸 생각해 보라. 벽에 박힌 못이야 빼내고 뚫린 구멍 메우면 그만이겠지. 그러나 우리의 세 치 혀로 박은 못은 그 혀가 썩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인 즉.

이 봄에 피어난 꽃들 보며 우리가 못을 생각하는 것은. 못 뺀 자리 그 아픔을 생각하는 것은. 사방 천지 돌아보면 꽃들이 그 아픔을 가만히 보듬어 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 그 꽃들 아픔 안고 박혀 있던 곳에서 빠져나와 그 맺힌 한을 푸는 것. 새들도 내리치던 망치의 둔탁함을 껴안고 고운 소리로 노래한다. 꽃들은 스스로 파헤쳐 그 아픈 곳에 화려한 생의 문양을 새겨두는 법이니. 그대는 다만 노래하라. 저 화려한 날 꽃들의 눈가에 일렁이는 참회의 눈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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