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곰들이 왜 돌아다닐까. 그 일대 바다가 에스키모들의 바다표범 사냥터이기도 하고 흰곰들의 사냥터이기도 했다. 바다표범은 흰곰들의 주된 사냥감이었다.

그런데 에스키모들은 바다표범이 잡히지 않으면 그것으로 사냥을 포기하지만 흰곰들은 그렇지 않았다. 흰곰들은 바다표범이 잡히지 않으면 뭣이든 다른 사냥감을 찾았다. 바다표범을 잡으려고 나온 인간들이 그 사냥감이 되었다.

"조심해야 되겠습니다."

바깥을 살피고 있던 에스키모인 조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긴장하고 있었으며 불안해보였다.

토마스 교수가 천막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개들에게 가 봤다. 개들은 깊은 안개 속에서 소리 없이 돌아다니는 흰곰의 냄새를 감지하여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썰매개들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썰매를 끌기도 하고 사람들의 바다표범 사냥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일도 했다. 주인인 사람들의 신변을 지켜주는 경비견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개들은 흥분하여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토마스 교수는 개들을 천막으로 데리고 와 목줄을 풀어주었는데 열 두 마리의 개들은 천막 주변을 돌아다녔다. 알래스카의 썰매개들은 썰매를 끌면서 사람들에게 혹사를 당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그 주인을 지키려고 천막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개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흰곰들이 가까이 오는 것 같았다.

흰곰들은 바다표범이 뚫어 놓은 얼음판의 구멍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그 예민한 코가 피 냄새를 맡았다. 토마스 교수가 잡은 바다표범이 뿌린 피 냄새였다.

굶주린 흰곰이 그 피 냄새를 맡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흰곰들은 피를 뿌리고 있는 바다표범과 그를 잡아 놓은 사람들을 모두 잡아먹기로 한 것 같았다.

흰곰은 그 큰 덩치에 비하면 작은 대가리를 갖고 있었다. 기다란 대가리였으며 턱까지 찢어지는 큰 아가리와 면도칼 같은 이빨을 갖고 있었다. 몸이 유선형의 그 몸은 날렵했으며 물속에서나 얼음판 위에서도 민첩했다. 그들은 얼음판을 돌아다니면서 바다표범이나 바다코끼리 같은 먹이를 사냥했는데 몸무게가 1t이나 되는 거대한 바다코끼리들도 그들을 막아내지 못했다. 흰곰은 빠르게 바다코끼리에게 덤벼들어 갈고리 같은 발톱이 달려있는 앞발로 바다코끼리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그리고 충격을 받은 바다코끼리의 목덜미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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