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예로부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닭이 상서로운 존재로 문헌상에 처음등장한 것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서다. 신라의 혁거세와 김알지의 신화를 통해 닭은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는 신령스러운 매개자였다.

닭은 식재료로도 특별하다. 아마 세계인의 식사 테이블에 가장 많이 오른 육류는 닭일 것이다. 닭을 먹지 않는 나라는 없다. 힌두교인이 대부분인 인도는 소고기를 먹지 않으며 이슬람 국가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닭은 기르기 쉽고 값도 싸고 금방 길러 잡아먹을 수 있다. 닭은 삼계탕, 볶음탕, 찜, 치킨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야생 닭의 가축화는 4000년 전 인더스 계곡에 살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그 후 중동을 거쳐 유럽과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정유년 연초부터 닭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연초부터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인해 전국이 들썩였다. 농림식품부가 발표한 지난달 말 기준 AI로 살처분 된 가금류는 3718만 마리이다. 이 가운데 닭이 3092만 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오리 325만 마리, 메추리 301만 마리로 나타났다. 닭의 경우 19.9% 가 매몰 처리됐다.

AI 여파가 가시도 전에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문이 국내 시장에 몰아쳤다. 브라질 경찰이 자국내 30여개 육가공업체의 공장과 관련 시설 190여 곳을 기습 단속해 BRF 등이 유통기한 지난 고기를 시중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하면서부터 비롯됐다. BRF는 브라질 최대 닭고기가공·생산기업으로 세계를 상대로 썩은 닭고기를 팔다가 단속에 걸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닭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10만 7000t이며 이중 브라질산은 8만 9000t에 이른다. 브라질산 닭고기 중에서도 BRF의 수입량은 4만 2500t으로 전체 물량의 절반에 이른다.

며칠 전에는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브라질산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등 불법행위를 한 업체 19곳을 적발했다. 이 같은 불법유통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국내산 닭고기로도 번지고 있다. 브라질산 닭 파문으로 인해 애꿎은 국내산 닭도 피해를 입고 있다. 닭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국내산 닭은 "우리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했을 것이다. 정유년 새해부터 닭의 안부에 대한민국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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