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거 1992

"형식은 악몽에서 가까스로 깨어났다. 매번 똑같은 꿈이다.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다. 쿵쾅거리는 심장. 숨을 몰아쉰다. 손이 떨리고 발이 저린다. 가위에 눌린 것이다. 현실감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1초가 영원처럼 느껴진다."

제1회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의 최우수상작인 `휴거 1992`가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2016년 상반기에 공모전을 진행하고 주최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작품들을 최우수상 1편과 우수상 2편으로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당선작에 대해 네이버웹소설 사이트에서의 인터넷 연재와 해냄출판사의 종이책 제작, 더불어 쇼박스의 영화판권 검토 등의 특전을 제공했는데, 이 책은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10-12월 네이버웹소설 사이트에서 총 35회로 성황리에 연재를 완료했다. 뿐만 아니라 쇼박스에서 영화화를 확정해 현재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다.

이 책은 1992년 휴거 사태로 어머니를 잃은 후, 오직 공부와 일에만 몰두해 젊은 나이에 수사과장에 오른 수재 형사 양형식과 그 앞에 닥쳐온 의문의 사건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타인을 지배하며, 그로 인해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이변들을 담고 있다.

실종된 지 1년, 자식을 잃고 괴로워하는 엄마에게 걸려온 열다섯 살 소년의 전화로 양 형사는 산속의 교회에서 집단 살인 사건이 있었음을 알아내고 결국 잊을 수 없는 자신의 과거를 맞닥뜨린다. `어린 선지자`로 떠받들어져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새로운 선지자를 만들어 사이비 교단을 이끄는 임창도라는 인물은 양형식이 어릴 때 그의 어머니가 빠져 있던 집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혼의 안식을 갈망하는 이들이 하늘로 들려 올려짐을 받기 위해서는 재산을 헌납하고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임창도 조차도 예측하지 못한 함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이비 종교 집단 안에서 벌어진 쫓고 쫓기는 음모와 암투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끝까지 결말을 확신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 책은 종교와 사회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인간의 혈투로서 욕망이 어디까지 인간을 장악할 수 있는가 되묻는다. 반전을 거듭하며 펼쳐지는 소설이 결말에 이를 무렵, 독자들은 비로소 미스터리 문학의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호창 기자

조장호 지음/ 해냄출판사/ 403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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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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