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히든피겨스
히든피겨스
미항공우주국(NASA)의 천재들은 어떻게 인간을 달에 보냈을까. 수퍼컴퓨터도 없던 시절, 로켓과 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던 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기에 가능했지만 1차적으로는 그 일을 해내는 천재들이 있어서다.

히든피겨스는 여러 측면에서 장벽을 무너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종의 평등과 남녀의 평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이 영화는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시절,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흑인 여성이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되면서 시작한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의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흑인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자넬 모네)가 그들이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으며, 공용 커피포트조차 용납되지 않는 따가운 시선에 점점 지쳐 간다. 한편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게 되고, 해결방법은 오직 하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 공식을 찾아내는 것뿐인데….

히든피겨스에 등장하는 이들은 실존인물이다. 명백한 사회적 차별에 주눅들지 않는다. 이들은 자존감과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사회적 시선에 당당하게 맞선다.

백인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에 아이들과 함께 간 도로시가 백인 여성에게 "문제를 벌이고 싶지 않다"며 나가달라는 요구에 "흑인 전용 도서관에는 찾는 책이 없다"며 맞서면서도 결국 쫓겨나게 되는 장면은 이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처참한 장면이다. 그러나 도로시는 책을 훔쳐 갖고 나오며 "내 세금으로 산 책인데 왜 못보냐"며 응수한다. 이 책은 그녀가 NASA에서 결국 중요한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한다.

이 영화는 NASA의 초기 역사를 다루고 있는 실화로 초창기 NASA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우주 과학은 물론 역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으로 재현된 NASA의 모습은 우주 대항해 시대를 목전에 둔 현재의 NASA와 많이 다르다. 영화 재현에는 실존 인물 캐서린 존슨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1960년대 NASA에서 겪었던 본인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그녀의 경험은 영화의 스토리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영화의 곳곳에 묻어났다. 당시 종이와 연필만으로 방정식을 계산해 존 글랜의 무사귀환을 돕는 장면이나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은 그녀의 실제 경험이 스크린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NASA 초기의 역사적 사실과 존 글렌의 우주선 디자인,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랭글리 연구 센터의 재현은 NASA 수석 역사학자 빌 배리 박사의 자문을 통해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제작진들은 빌 배리 박사를 통해 1960년대 당시 NASA를 둘러싼 상황과 사건의 고증을 받는가 하면, 랭글리 연구센터의 구조, 주차장에 주차된 트럭 등 시각적인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미국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인 존 글렌의 우주선 디자인을 위해 빌 베리 박사와 제작진들은 철저한 자료 조사를 거쳤다.

시대를 이겨낸 이들의 고군분투를 다뤘기에 히든피겨스는 여러 명언도 남겨, 시대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활력소가 된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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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피겨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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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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