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준비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고 한다. 여러 정황증거로 보면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모양이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38노스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이 수뇌부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야말로 언제 도발할 것인지 날짜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과거와는 달리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위성에 노출했다고 한다. 자신감에서인지 아니면 시위효과를 노린 계산된 것 인지는 알 수 없다. 좀 더 지나봐야 진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그 시기는 4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먼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제재에 착수한데다 미·중 정상회담이 6-7일 개최된다. 이 자리에선 북핵을 규제하기 위한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선 북한이 항의표시로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 그렇지않아도 회담하루전인 어제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일종의 관심끌기용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이 중시하는 각종 기념일이 4월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11일이 김정은 집권 5주년이고 15일은 김일성 생일이다. 25일은 인민군 창건일이다. 북한은 그동안 체제결속을 위해 특정 기념일에 도발을 해온 게 한 두번이 아니다.

향후 북한의 핵실험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6차 핵실험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가는 관문으로 보고 있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이후 지난해 5차까지는 그야말로 실험단계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이는 그동안 10여 년간의 핵 개발의 총결산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핵 소형화의 마지막 검증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이 맞는다면 이론의 여지없이 북한이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끔직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5차례의 핵실험을 해오는 동안 북한은 핵 기술과 위력을 점차 키워 왔다. 3차 핵실험에서 처음으로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5차 핵실험 직후 북한은 `핵탄두 폭발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를 만들어 터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핵실험에 완전 성공한 것으로 봐도 된다. 북한의 핵실험은 김정은 정권 들어 그 주기가 훨씬 빨라졌다. 3차에서 4차는 35개월이 걸렸지만 4차에서 5차까지는 불과 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7개월만의 실험이 되는 것이다. 핵실험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기술력이 그만큼 축적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이 북한에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 대신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하거나 한반도 평화협정을 진행하자는 조건이라고 한다. 과거 북한이 한·미에 제안했던 내용인데도 이번엔 북한이 오히려 거부했다고 한다. 핵개발 초기 저자세에서 이젠 배짱을 튕기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북한이 겉으론 대화와 협상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론 핵개발에 매진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 핵에 대해 의도적으로 폄하해왔던 측면이 없지 않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실패했느니, 초보적인 수준이니` 하면서 인정하길 꺼렸다. 물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있을 때마다 규탄과 제재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개발에 성공했고 실전배치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더 이상 우습게 볼 수만은 없게 됐다는 얘기다. 직접적인 위협에 놓여있는 한국은 물론이고 사정권에 들어있는 미국과 일본 또한 북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아니라 새롭고도 실질적인 방안이어야 한다. 이같이 중차대한 상황에 우리의 외교력은 공백상태나 다름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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