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대료 등으로 원주민과 문화예술인 등이 떠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대전 원도심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지난 5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산호다방은 지난 2월 말 건물주의 건물 매각으로 이곳을 떠났다. 중구 대흥동 문화예술의거리에 있던 산호다방은 현재 대전중구청 근처의 한 건물로 이전했다. 산호다방은 2012년 대전시의 원도심 아트 프로젝트로 건물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중구 문화예술의거리의 랜드마크로 인식되어 왔다. 산호다방은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을 이어오며 60대 이상의 대전 중구민들의 휴식처의 역할을 해왔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층층마다 입주해있던 대흥동 영광빌딩 건물도 임대료가 오르면서 올해 들어 예술인들이 떠나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영광빌딩에는 박석신 화백과 한기복 타악연구소장 및 마임 제스튀스·덕산 김윤식 작가 등의 작업실이 있지만,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올려달라는 임대료 요구에 일부 예술인들은 이미 이곳을 떠났다. 또 다른 일부 예술인들은 건물주와 임대료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프랑스문화원 대흥동 분원을 시작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임대료 상승 등 때문에 주된 활동지인 대전 원도심에서 떠밀려나가자 문화예술인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기복 타악연구소장은 "이 건물에 입주했던 예술가 대부분이 10년 넘게 이 곳에 있으면서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떠나게 되니 아쉽고 안타깝다"며 "대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원도심 부활에 문화예술성이 필요한 만큼 정책적 고민을 확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 역시 원도심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월 옛 제일극장통 건물주와 함께 상가 임대료 동결을 추진했으나, 일부 구역에 제한되다 보니 실질적인 확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대표는 "임대료 상승이 문화예술인들을 떠나게 하는 현실적 요인이지만, 임대료 억제가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문화예술거리를 중심으로 레지던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지역의 문화공간 보존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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