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가족단위 자유여행의 만족도와 품격을 높이려면 해변 휴양지가 제격이다. 이와 관련해 오랜 동안 미국령 하와이와 괌·사이판 그리고 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 해변 휴양지들이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이들 목적지 중 하와이는 직항 항공편을 이용해 8시간 이상 가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다. 그곳의 대표 해변인 와이키키 해변이래야 매년 수십 만t의 모래를 외국에서 수입해 쏟아 부어야 해변이 유지될 정도로 빈약한 편이어서 여행경비 투자 대비 만족도가 높지 않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해변 휴양지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고 여행경비도 적제 들지만 안전문제 등으로 리조트 숙소 밖으로 마음놓고 나다닐 수 없어서 한계요인으로 작용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경우에는 여성들이 숙소 밖을 나가 돌아다니는 경우 현지 남성들이 어찌나 집요하고도 귀찮게 따라붙는지 학을 뗄 정도라고 악명이 높다.

태국의 휴양지도 대부분 개발된 지 오래되고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이다 보니 품격 높은 휴양을 즐기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그러다 보니 요즘 들어서는 많은 가족단위 여행자들이 휴양여행 목적으로 그동안 그 진가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베트남 중부지역 다낭(Da Nang)과 남부지역 나트랑(Nha Trang·나짱) 해변 휴양지를 즐겨 찾는다.

다낭의 해안을 따라 9㎞에 걸쳐 끝없이 펼쳐지는 미케 해변은 갓난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아도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모래와 아름다운 지평선, 해안을 따라 고급 리조트·호텔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다. 이곳 미케 해변에 머물면서 실로 장관을 이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일출광경을 놓치면 후회한다. 다낭에 머물면서 수영이나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려면 5-8월이 베스트시즌이다.

참고로 다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는 아기자기하고 고색창연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휴양여행지 호이안(Hoi An)도 빼놓을 수 없다. 호이안은 남중국해로 흐르는 투본 강에 자리 잡은 도시다. 호아이강, 데봉강, 투본강 등이 합류하면서 34㎞에 이르는 수로가 발달돼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동남아에서 가장 번성한 항구도시였다. 거리와 타운 전체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도 옛 전성기의 영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동양의 하와이, 아시아의 나폴리` 등으로 불리는 나트랑은 가시거리 30m의 최적 환경을 자랑하는 베트남 최고의 스쿠버다이빙 명소이자 신이 숨겨놓은 휴양여행지로 회자된다. 시내 중심가 동쪽의 산책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해변, 하얀 모래사장 그리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그곳 해변에 가면 누구나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가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다. 섬 하나 보이지 않는 탁 트인 바다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 새파란 바닷물에 눈이 시리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남중국해의 장대한 풍광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해변은 시위 풀린 활처럼 길게 늘어져 나른한 모습으로 누워 있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나트랑 일대를 둘러보다 보면 산등성이를 넘은 도로는 다시 평탄한 바닷가를 스쳐 지나고 차창 밖으로 한적한 어촌 마을이 보인다. 그곳 사람들은 주로 랍스터를 양식하는데 ㎏당 미화 40-50달러를 호가한다. 해변 가까운 바다 수면 위 여기저기에 테니스코트만한 커다란 그물이 펼쳐져 있는데 베트남만의 독특한 어로방식이다. 그물을 하룻밤 물에 잠기게 해 놓았다가 아침이면 네 귀퉁이를 장대로 들어 올리는 광경이 이색적이다.

나트랑으로 휴양여행을 떠난다면 유명 관광명소 이상으로 인기 있는 `빈펄(Vinpearl) 리조드`에 여장을 풀면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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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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