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표범은 대가리만 얼음판 구멍 밖으로 내밀고 몸 전체는 나오지 않았다. 아주 조심스러운 놈이었으며 구멍 밖을 살피기만 했다.

아직 총을 쏘면 안된다. 대가리만 밖으로 내밀고 있기 때문에 총탄이 대가리에 명중되었다고 해도 그대로 구멍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염려가 있었다.

토마스 교수와 바다표범의 신경전은 그대로 계속되었다.

교수는 계속 기다렸다. 그런 상황이 10분 동안이나 계속되다가 바다표범이 구멍 밖으로 기어 나왔다. 별 일 없다고 안심을 한 것 같았다.

바다표범의 상반신이 완전히 구멍 밖으로 나왔을 때 교수는 발포했다. 총소리가 울려 퍼지자 바다표범의 몸이 뒤집어졌다. 총탄이 대가리에 명중된 것 같았으며 뒤집어진 바다표범은 움직이지 못했다. 즉사한 것 같았다. 조수로 데리고 갔던 에스키모 사냥꾼이 작살을 들고 달려갔다.

"잡았다. 잡았어요."

조수가 작살로 바다표범의 목덜미를 찍었다.

거대한 녀석이었다. 바다표범은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더 컸으며 몸길이가 4m 무게가 500kg이나 될 것 같았으며 교수와 조수가 녀석을 100m나 떨어진 천막까지 끌고 오는 데는 두 시간이나 걸렸다.

그러나 그날 에스키모들의 바다표범 사냥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에스키모들은 얼어붙은 바다 여기저기에서 천막을 치고 사냥을 하고있었으나 총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으로 봐서 사냥이 잘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교수는 그 큰 바다표범 한 마리로 만족했으나 에스키모들의 사냥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될 것 같았다.

에스키모들의 바다표범 사냥은 계속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여러 마을에서 서른 명이나 되는 사냥꾼들이 충돌했으나 아직도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냥이 안된 그들을 내버려 두고 교수팀만이 돌아갈 수 없었다. 교수는 천막 안에서 기다렸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 백야였으나 하얀 안개가 바다를 덮고 있었다. 그래서 앞이 보이지않아 교수는 천막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어쩐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서 소리가 났다. 천막 뒤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개들이 나직하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개들이 뭣인가를 감지한 것 같았다.

"흰곰입니다. 흰곰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에스키모의 사냥꾼들이 바다표범사냥을 못한 이유가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에스키모들이 바다표범을 단골 사냥감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흰곰들도 역시 바다표범을 단골 사냥감으로 삼고 있었는데 많은 흰곰들이 설치고 있으면 바다표범들은 얼음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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