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갤러리-문수만展

脈(011609)_ Ø69cm_Oil _ Acrylic on Canvas_2016
脈(011609)_ Ø69cm_Oil _ Acrylic on Canvas_2016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있는 모리스갤러리는 문수만 개인전 `프랙탈(fractal)`을 연다.

6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문수만은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나비는 문수만의 분신이자 작가 자신이다. 개인적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된 은유적인 자아의 대체물로서 처음 그의 화면에 등장했다.

문수만은 "나비가 내 몸이라면 배경으로 쓰이는 공간은 나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몸, 즉 그림의 주체인 나비는 세밀한 묘사를 통해 생명을 얻었다. 날개의 세밀한 맥과 그 사이를 채운 화려한 색감 그리고 반짝이며 윤기 도는 털과 유연하게 움직일 듯한 더듬이의 마디까지, 문수만의 나비는 나비의 실재 모습 그 자체이다.

도자와 같이 보이는 시각적 효과는 배경공간을 따라 흐르다, 화면의 테두리에 이르게 된다. 물질의 일부분을 관찰하고 온갖 과학적 도구들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조직이 생경하게 다가오는데, 문수만에게 도자기의 굽이 그러했다. 몽글몽글한 그 미완의 의도치 않은 그 덩어리가 오히려 도자기 전체의 가치를 넘어서는 듯하다.

그렇게 화면의 둥근 가장자리를 차지하던 굽의 몽글몽글한 면이 중앙으로 몰려들어왔다. 겉이 안이 되고 안이 겉이 되는 시공간이 뒤집어 지는 경험과도 같다. 그리고 그 요철을 표현하다 보니 마치 금속과 같은 시각적 효과가 나타났고, 산맥과도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다.

작가는 도자기 굽의 요철을 맥(脈)으로 보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프렉탈(fractal)로 이름 붙인다. 사실 둘은 다른 의미가 아니다. 카오스 같이 무질서해 보이는 자연도 실상은 작은 단위가 순환적으로 반복한다는 프렉탈 원리로 설명이 된다. 나뭇잎의 잎맥이 형성된 방식처럼 나무의 기둥에서 가지가 뻗어나가고, 해안선의 작은 굴곡들이 반복되는 방식은 지구 밖 위성에서 본 해안선의 굴곡도 만들어낸다. 부분과 전체는 유사한 프렉탈 원리를 이루고 있고, 이는 순환하며 반복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로 인해 자연의 모든 것들은 서로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다.

이러한 그물망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는 프렉탈 이론을 인간의 사회에도 적용한다.

문수만의 프렉탈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감을 뭉쳐 붙인 각 덩어리들은 처음에는 우연인 듯 보이지만 작가의 직관에 따라 배열된다. 그리고 그 덩어리들은 점차 맥으로 연결된다. 마치 산처럼, 그리고 인간의 핏줄처럼 말이다. 이는 인간 사회 속 관계의 그물망의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동시에 도자기 굽에서 우연히 형성된 요철의 확대물이기도 하다. 미시적으로 굽의 한 부분이기도 하면서도 거시적 관점에서는 인간들의 맥이기도 한 것이다. 부분과 전체가 동일한 프렉탈의 원리를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성을 가진 프렉탈의 표면에 문수만은 역사의 시간성도 얹었다. 고구려 고분벽화 속 주작과 현무가 중앙을 차지하고, 드레스덴의 벽화와 정조의 화성행차가 표면을 지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비는 표면을 떠나게 되고, 화면 밖에서 시공간의 씨실과 날실을 목격한다.

문 작가는 한남대 대학원 조형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대전과 청주 등에서 다수의 개인 및 단체전을 열었으며 2007 환경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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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ter_s wing(721702)_ Ø37cm_Oil _ Acrylic on Canvas_2017_
Potter_s wing(721702)_ Ø37cm_Oil _ Acrylic on Canvas_2017_
Potter_s wing(681702)_ Ø37cm_Oil _ Acrylic on Canvas_2017_
Potter_s wing(681702)_ Ø37cm_Oil _ Acrylic on Canvas_2017_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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