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개들은 바다표범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얼어붙은 바다를 돌아다니면서 두꺼운 얼음판 밑에서 움직이는 바다표범들의 동태를 살핀다. 그 예민한 후각은 얼음판 밑에서 움직이는 바다표범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한편 얼음판 밑에 있는 바다표범도 얼음판 위에서 움직이는 개들의 동태를 살핀다. 그들도 개들의 발짝소리와 얼음의 진통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얼음판을 사이에 두고 바다표범과 개들은 서로 정찰전을 벌이게 되었고 그 사이 에스키모들은 적당한 곳에 천막을 치고 기다린다.

바다표범은 얼음판 위에 있는 개들과 사람들이 자기들을 노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숨을 쉬기 위해서는 결국은 미리 미리 뚫어 놓은 구멍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바다표범사냥에서의 개들의 역할은 많은 바다표범들이 구멍 밖으로 많이 나올 것 같은 사냥장소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데 그친다. 개들은 그 다음의 일은 사람들에게 맡겨 두고 적당한 곳에서 기다린다.

그 다음은 에스키모와 바다표범의 끈기와 인내의 싸움이 된다 .바다표범 사냥꾼들은 얼음판에 뚫려 있는 구멍 근처에서 엎드려 바다표범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바다표범이 나오기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르고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조용히 기다린다.

그날 에스키모들과 함께 바다표범 사냥에 나갔던 토마스 교수도 그렇게 네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바다표범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조용하게 얼음 위에 엎드려 기다려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민감한 바다표범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냥꾼들뿐만 아니라 개들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자기들이 할 일을 끝낸 개들은 구멍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바다표범을 잡아야만 했다. 바다표범은 에스키모들과 그들의 개들이 먹을 주된 음식이었으며 바다표범을 잡지못하면 개들은 굶주리게 된다.

그날 새벽 구멍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있었다. 바다표범인 것 같았다.

토마스 교수가 엎드려 있는 곳에서 구멍까지는 30m의 거리가 있었다.

표적은 바다표범의 대가리였다. 정확하게 쏘아야만 했다. 단 한 발로 대가리의 이마 부분에 총탄을 명중시켜야만 했다. 그렇게 급소에 명중시켜 구멍에서 나온 바다표범을 즉사시켜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다표범이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게 돼 그 사냥은 실패가 된다.

일단 구멍 안으로 되돌아간 바다표범은 절대로 다시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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