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살아있다] ⑨ 대통령기록관

대통령의 전당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존영.
대통령의 전당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존영.
세종호수공원 산책로를 따라 국립세종도서관과 정부세종컨벤션센터를 지나면 커다란 유리큐브 건물이 나온다.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국새의 보관함을 모티브로 건축한 세종시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랜드마크 중 하나인 대통령기록관이다.

전직 대통령들을 만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찾은 2017년 3월 31일 오전. 이 날은 공교롭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역사의 날’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인지 세종호수공원 벚나무길에는 아침부터 청승맞은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세종시 다솜로 250번지 정부 세종청사와 세종호수공원 사이에 위치한 대통령 기록관은 그 외관부터 심상치 않다. 국새를 모티브로 사용한 유리큐브 건물로서 대통령기록물을 국새로, 이를 보관하는 건축물을 국새보관함으로 상징화해 건물에 반영했다.

대통령기록관 건물은 석재와 유리 등 건물 내외에 각각 상이한 자재를 사용했는데 이는 실제 국새보관함이 황동내피와 목재외피 두 가지 재질로 돼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국새보관함의 황동은 단단한 석재로, 목재로 된 외피는 유리로 재해석했다. 대통령기록관은 호수공원 앞으로 공간이 시원하게 열려 있으며 물이 만나는 곡선형의 대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대통령기록관은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2만 5000㎡ 규모로 1948년 초대 이승만 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0명의 대통령기록물 2000여 만점을 보관하고 있다. 대통령 연설문에서부터 정상회담록, 대통령주재 회의록, 사진, 선물까지 다양하며 이 가운데 400여 점만 전시관에 공개하고 나머지는 지하서고 등에 소장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지하서고의 길이는 36.1㎞에 이르며 대통령 기록물을 영구 보존하고 복원처리가 가능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조선왕조실록에 버금가는 또 다른 조선왕조실록을 만들고 보존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기록관은 요즘엔 곧 들어올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인수하기 위해 맘이 바쁘다. 18대 대통령의 기록물 이관을 위해 총괄반, 전자기록반, 비전자기록반, 지정기록반, 서고반, 지원반 등 6개반 36명으로 이관추진단을 구성해 이관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의 전시면적은 2116㎡ 규모로 1층부터 시작해 최상층인 4층으로 올라간 뒤 3층과 2층으로 내려가는 코스로 관람하게 된다. 대통령기록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1층 대통령상징관이다. 상징관은 대통령행사에 사용했던 리무진 의전차량이 먼저 관람객들을 반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사의 캐딜락으로 1992년 노태우 대통령부터 2009년 이명박 대통령까지 17년간 5명의 대통령 의전에 사용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중고차를 오랫동안 타고 다녔다는 생각에 의아해 하며 `대통령의 전당`으로 들어서면 박정희 대통령 존영이 첫눈에 들어온다. 우측 앞줄부터 시대별로 대통령 존영을 배치하다 보니 박 대통령이 앞줄 가운데를 차지했다. 그 뒷줄 오른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 존영은 그들의 재임시절 연설문에서 발췌한 키워드를 글자로 유리에 새겨넣어 제작했다. 높이 2m, 너비 1m가 조금 넘는 존영은 모두 8장의 유리판을 겹쳐 만들었으며 맨 앞의 보호용 유리를 제외하고 7장에 모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빈 유리판에 새겨진 글자들이 모여 그 당시 대통령의 얼굴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한 `텍스트 아트기법`으로 이를 만든 기획사가 특허를 출연해 놓은 상태다.

역대 대통령들의 존영에 새겨진 키워드만 자세히 살펴봐도 어느 정도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고, 최고 지도자의 통치철학을 엿볼 수 있다. 초대에서 3대 대통령까지 지낸 이승만 전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새 길, 삼권분립, 통일민주국가, 국회성립, 민중의 직접투표 등을 많이 언급해 당시 어수선한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조국의 근대화, 한강변의 기적, 새마을운동,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농어촌 근대화 등을 주로 담아 낙후된 경제발전에 국력을 집중했음을 보여 준다.

4층 대통령역사관으로 자리를 옮기면 역대 대통령들의 리더쉽을 만날 수 있다. 국가와 대통령, 대통령의 역할과 다짐, 갤러리 등 주제별로 대통령에 대해 꾸며 놓았다.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이외에 입헌군주국, 일당제 국가가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브루나이 등의 전제군주제 국가가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랍다. 4층 `찰칵 포스터 촬영하기` 코너에서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것처럼 본인의 이름과 슬로건을 넣은 대통령 선거 포스터를 만들 수 있다.

3층 대통령 체험관은 대통령 집무실인 청와대의 역사와 주요 건물을 소개하고 있다. 또 청와대 접견실, 집무실 등을 드라마세트장처럼 꾸며 놓아 대통령 자리에 앉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대통령기록관의 앱을 다운받은 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2층 대통령 자료관은 대통령기록물을 검색할 수 있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기념품 매장과 대통령이 만난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갤러리가 있다.

대통령기록관은 지난해 2월 16일 세종으로 이관한 이래 19만 6000여 명이 방문했으며 이달 중 20만 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25년간 5명의 대통령 기록물을 더 보관·전실할 수 있다.

올해는 대통령선거에 맞춰 오는 17일부터 선관위와 대통령선거 공동기획전을 가질 예이며 9월에는 대통령기록관 설립 10주년 기념 기획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대통령기록관 개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하절기는 6시)까지 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 은현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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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노태우 대통령부터 2009년 이명박 대통령까지 17년간 사용한 대통령 의전차.
1992년 노태우 대통령부터 2009년 이명박 대통령까지 17년간 사용한 대통령 의전차.
대통령기록관 야경   사진=세종시 제공
대통령기록관 야경 사진=세종시 제공
대통령 기록관   사진=세종시 제공
대통령 기록관 사진=세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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