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1시 28분쯤, 천안 서북구 성정동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모텔에 묵고 있던 투숙객 8명 중 1명이 질식사로 숨졌다. 천안서북경찰서는 당시 CCTV로 6층에 묵고 있던 50대 남성 박모씨가 화재발생 13분 전 모텔을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화재원인을 박씨의 방화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튿날 박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던 중 박씨에게서 수상한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씨의 알리바이가 확실치 않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박씨를 불러 조사하는 도 중 술냄새는 나지 않는데 화재와 관련 없는 헛소리를 했다"며 "행색이 수상해 마약투약을 의심하고 간이시약검사, 모발검사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시약검사와 모발검사에서 모두 양성반응이 나왔다. 화재가 발생한 모텔에서 마약투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박씨 뿐만 아니라 같은 방에는 30대 여성인 이모씨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와 이씨는 화재 발생 4일 전인 지난달 21일, 모바일 만남앱을 통해 만나 모텔에서 함께 투숙하며 필로폰을 투약했다.

문제는 화재가 번진 24일 발생했다. 이씨는 오후 1시 15분 쯤 퇴실 하던 박씨에게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 받았는데 마약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하던 이씨는 그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것. 이씨가 손에 쥐고 있던 담뱃불이 이불로 번졌고 화재로 확대됐다.

이 화재로 모텔 8층에서 쉬고 있던 20대 여성 1명이 질식으로 사망했으며 나머지 투숙객 6명도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씨는 모텔 종업원에 의해 구조됐다.

경찰은 용의자의 진술에 따라 현장에서 주사기를 확보했다. 또 이들이 투약한 마약양은 0.1g-0.15g수준으로 2-3회 가량 투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약유통은 박씨가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한 마약유통책을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화재를 발생시켜 투숙객들에게 사상을 입힌 박씨 등 2명에 대해 중과실치사 및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한 혐의로 검거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최초 박씨가 화재발생 전 모텔을 빠져나간 것을 미뤄 방화로 추정했지만 마약투약으로 인한 실화(失火)로 밝혀졌다"며 "인근 지역 모텔에서도 마약투약이 이뤄지고 있는지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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