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부동산 시장에 전세가격이 폭락하고 매매가격이 치솟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2생활권의 경우 1억 원이 웃도는 프리미엄을 형성한 아파트(전용면적 84㎡ 기준)에서 8000만 원까지 급락한 전세매물이 등장한 것. 집주인들이 대선 이후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기대감에 집을 팔기 보다는 임차인 모시기에만 열을 올리는 분위기가 짙어진 탓이다.

4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신도심(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입주가 진행 중인 2생활권의 평균 전세가격은 전용면적 59㎡ 기준 1억-1억 2000만 원, 전용면적 84㎡는 1억 5000만 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2생활권의 입주예정 단지는 세종 더샵 힐스테이트(M3·M4·M5블록) 1694가구, 세종시 메이저시티(L2·L3·M6·M7블록) 3171가구, 캐슬파밀리에(L1·M1블록) 1944가구 등이다.

2생활권은 아직 정주여건이 부족해 수요층이 적어 전세가격은 급락했다. 하지만 세종시 최대 중심상업지역이라는 입지에 힘입어 프리미엄은 높게 형성된 곳이다.

메이저시티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생활권에서 입주가 진행 중인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물건은 없고 전세만 넘치고 있지만, 임차인 모시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융자를 낀 전세는 1억 원 미만인 8000만-9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시의 전세가격은 수개월째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세종시의 전세가격은 지난해 상승세를 이어오다 올 1월부터 하락세로 꺾였다. 3월에는 0.75% 줄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올해 들어 세종시의 전용면적 84㎡ 기준 전세가격은 많게는 5000만 원 이상 줄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매매가격은 치솟고 있다. 2생활권 아파트의 시세를 보면 59㎡는 1억 원, 84㎡는 2억 원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었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매가격이 오르면 전세가격도 동반상승한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주택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평균 66.9%다. 하지만 세종시 2생활권의 전세가율은 30%에도 못 미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대선 이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고, 임차인을 모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시기에 잔금 납부를 위해 빚까지 얻어가면서 등기를 치고, 손해를 보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전세를 내놓는 분위기"라며 "시장에서는 대선 이후 행정수도 완성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대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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