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뜻을 거스린 불충으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 부부는 두 아들을 낳았다. 형은 카인, 동생은 아벨이다. 구약성경 속 카인은 최초의 살인자이다. 동생인 아벨을 쳐 죽였다. 최초의 살인도구를 둘러싸고는 `돌`이라는 등 학설이 분분하다. 카인으로는 억울한 점도 있다. 신은 양치기인 아벨이 받친 제물은 기꺼이 받았다. 농부인 카인이 땀 흘려 수확해 올린 농작물은 철저히 외면했다. 신의 거부에서 쌓인 분노가 동생으로 폭발해 카인은 급기야 살인까지 저질렀다. 신은 다른 이들이 카인을 함부로 해하지 못하도록 징표를 줬다고 알려졌다.

카인의 징표는 살인자를 일반 사람들과 구분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일종의 전과기록이다. 전과란 이전에 죄를 범해 그 죄에 근거해 재판을 받고 확정된 형벌의 이력을 뜻한다. "전과로 호적에 빨간 줄 그어지면 인생 종 친다"는 말은 80, 90년대 데모하는 아들이나 딸을 붙잡아 앉히며 부모들이 자주 쓴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다. 실제는 전과로 인한 호적에 빨간 줄은 없다. 전과 기록은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엄격히 관리된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전과기록은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 및 범죄경력자료를 말한다. 수형인명부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수형인을 기재한 명부로 검찰청 및 군 검찰에서 관리한다. 수형인명표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수형인을 기재한 명표로 수형인의 등록기준지 시·군·구·읍·면사무소에서 관리한다. 범죄경력자료는 경찰이 관리하는 것으로 벌금 이상 형의 선고, 면제 및 선고유예, 보호관찰 등에 관한 자료이다. 수인번호 503번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판으로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으면 전과자가 된다. 사면돼도 전과기록은 남는다.

요즘은 법률에 따라 개인의 전과기록을 공표한다. 오는 12일 치러질 천안시의회 3개 선거구 보궐선거 출마자 12명의 전과기록이 공개됐다. 후보 5명이 전과자이다. 이들의 전과 내용은 관세법 위반, 야간·공동상해, 음주운전, 도로교통법위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등 다양하다. 카인의 징표가 지방선거 표심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런지 관심사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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